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는 서면을 법원에 냈다. 다만 '명예훼손'은 인정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부인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의원의 소송대리인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에 이 같은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이 의원 측은 서면에서 "사려 깊지 못한 표현에 대해 원고(유족)에게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사건을 축약적으로 지칭하다 보니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고, 이 표현에는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사실 혹은 허위사실을 담고 있지 않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부인했다.

이 의원 측은 "언론에서도 살인사건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피고의 표현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대리인을 통한 형식적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아울러 이 의원이 '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것이 유족을 고통스럽게 한다며 "이 의원이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의 조카 김모 씨는 2006년 5월 8일 서울 강동구 A씨의 자택에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의 배우자와 딸을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김씨를 피해 5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이 의원은 김씨의 형사재판 1·2심 변호를 맡아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사실이 대선 당시 재조명돼 논란이 됐다. 김씨는 1·2심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취하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이 의원이 살인 범행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9일 오후 이 사건의 첫 변론 기일을 열고 양측 주장을 들을 예정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