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들에 "지켜줄테니 세금 내라"…페르시아 꺾고 '괴물'이 된 아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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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테네·스파르타의 '제국주의'
265개 폴리스 가입 '델로스동맹'은
아테네 재정 40% 충당한 '돈줄'
탈퇴한 낙소스 공격해 식민지化
스파르타는 이웃 메세니아 침공
같은 그리스인을 노예로 삼아
어디에나 삐딱선은 있다. 불필요한 종족주의로 충만한 밀레투스를 중심으로 반(反)페르시아 반란이 일어난다. 자신들이 세운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참교육을 시켜주는 것은 제국의 기본 업무 아니던가. 페르시아의 군홧발 아래 600년 역사의 밀레투스는 폐허로 변했고 시민들은 모조리 노예 신세가 된다. 사람이 하나를 얻으면 욕심이 생기는 법이다. 사실 다리우스는 그리스라는 나라를 잘 몰랐다. 장군들과 회의하는 자리에서 그리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게 어디 있는 나라인가?”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런데 차지하고 보니, 예뻤다. 그리스 본토에도 흥미가 생겼고 게다가 미운 폴리스가 있었다. 밀레투스가 페르시아에 대들 당시 지원군을 보냈던 아테네와 에레트리아다. 탐도 나고 괘씸하기도 해서 다리우스는 아테네 정벌을 결심한다. 물론 전쟁 안 하고 협박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면 최고다. 기원전 491년 페르시아는 그리스 본토의 도시국가에 사절단을 보낸다. 항복의 의미로 흙과 물을 보내라고 요구했는데 아테네는 재판 후 사형, 스파르타는 재판도 생략하고 우물에 전령을 던져버렸다. 미운 놈 하나 추가. 이렇게 시작된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은 마라톤 전투, 테르모필레 전투, 살라미스 해전이라는 기적 같은 역전극을 전사(戰史)에 남기며 최초의 동서양 문명 충돌로 역사에 기록된다.
![페르시아 전쟁을 다룬 영화 ‘300’의 한 장면. 사절단을 무저갱에 차 넣는 국제법 무시 국가 스파르타의 야만스러운 행동은 서구 우월주의에 의해 ‘기개’가 됐다. 영화 ‘300’ 캡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6/AA.30256523.1.jpg)
페르시아 전쟁에서 기세를 떨친 아테네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의 나라가 아니었다. 좋게 말해 오만해졌고, 나쁘게 말해 깡패가 된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을 결성한다. 돈을 내면 그대들을 지켜주겠다는 아테네의 제안은 결국 자기들에게 세금을 바치라는 얘기였고 동맹은 조공의 우아한 표현이었다. 이렇게 동맹에 가입한 폴리스가 265개에 달했다. 당시 아테네 재정 수입의 40%가 델로스 동맹에서 나왔다. 여기에 다른 폴리스에서 갈취한 전리품까지 더하면 재정의 절반 이상이 남의 돈이었다. 이 돈으로 아테네는 신전을 짓고 자기네 해군 노잡이들의 급여를 지급했다. 제국주의는 해당 국가의 구성원들이 제국주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으로 완성된다. 타인의 노동이 대가 없이 나에게 이전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자신들이 누리는 풍요가 누군가의 피눈물이라는 사실에 둔감해지면서 제국주의는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아테네의 독주에 반발하는 폴리스도 있었다. 섬나라 낙소스가 동맹 탈퇴를 선언하자 아테네는 망설이지 않고 침공했고 자신들의 첫 번째 식민지로 삼았다. 페르시아에 맞서 그리스의 자유를 사수했던 아테네는 슬슬 괴물이 돼가고 있었다. 아테네의 폭풍 성장에 전통의 강자 스파르타는 예민해진다. 질투와 불안 그리고 자존심 훼손을 스파르타는 견디지 못했다. 그리스 내전은 피할 수 없고 예측 가능한 가장 확실한 미래였다.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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