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저축은행에서 100억원 가까운 횡령 사건이 터졌다. 연이은 직원 횡령사건에 기업과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KB저축은행 직원인 40대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지난 7일 구속했다. 지난해 12월 KB저축은행은 자체 감사로 A씨의 횡령 혐의를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동부지법은 7일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기업 대출을 해주면서 회사 내부 문서를 위조해 9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이 자체 감사로 포착한 횡령액은 78억원이지만, 경찰이 수사하면서 액수가 100억원가량으로 늘어났다. 그는 빼돌린 돈 90% 이상을 도박으로 탕진했고, 경찰 수사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마친 뒤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기업 직원의 횡령사건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우리은행 직원이 10년 동안 회삿돈 약 67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에선 자금관리부서 팀장이던 B씨가 2215억원을 빼돌렸다. 계양전기에선 재무팀 직원 C씨가 6년간 회삿돈 246억원을 빼내 썼다. 이외에도 클리오 휴센텍 아모레퍼시픽 등 산업 부문을 가리지 않고 횡령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주요 경제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횡령범죄는 2020년 5만8889건을 기록해 2011년(2만6767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처벌 수위가 낮아 범행을 쉽게 저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 5~8년(가중 7~11년), 5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 4~7년(가중 5~8년)에 불과하다. 1억원 미만 금액은 4~16개월(가중 10~30개월) 수준이다.

범죄 피해액 환수율도 낮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횡령범죄 피해액 2조7376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1312억원이다. 전체 피해액의 0.05%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보니 피해자가 기업인 범죄는 처벌 수위가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구민기/이소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