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차주들도 비판하는 화물연대의 '묻지마' 파업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는 전국 자장면 가격을 정부에 정해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 사항인 안전운임제 확대에 대해 한 대학 교통물류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운임을 국가가 정하는 제도는 호주가 잠깐 도입했다가 폐지한 것 외에는 시장경제 국가에선 유례가 없다”고도 했다. 이날 서울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5t 화물차주 역시 “화물은 가전제품, 의류와 농산품 등 수천, 수만가지”라며 “운송 시간, 운송 거리도 천차만별인데 세상에 어떻게 이걸 일일이 다 정하느냐”며 화물연대 파업을 비판했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의 전면 확대는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차 할부금 갚기 바빠서 (파업에) 나갈 시간도 없다”고 힘없이 말했다.

물류업계에선 화물연대의 파업 이유를 운송 거부 주도 세력이 안전운임제의 최대 수혜자인 컨테이너 트레일러와 시멘트 화물차주라는 점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에 대한 안전운임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한 결과 해당 차주들의 노동 시간은 줄고 수입은 대폭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자기들의 안전한 이익을 위해 국가 물류를 볼모로 잡은 귀족 파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멈추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소규모 화물 차주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41만여 명의 화물차주 가운데 5%가량인 2만2000명에 불과하다.

대다수 영세 화물차주가 고민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부상한 비대면 화물중개 플랫폼이 이른바 ‘선칼질’을 하면서 운임의 최대 2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차주들이 사무실 마룻바닥에서 자면서 대기하다가 일을 받아가던 시절에 비해 수수료가 몇 배나 올랐다는 얘기다.

개인중대형화물차연합회 관계자는 “예전엔 운전자 눈치를 보던 중개사들이 화물 주선이 비대면으로 이뤄진 뒤로는 대담하게 수수료를 뗀다”며 “화물연대는 이런 문제는 외면하고 1년 중 8개월을 ‘시멘트’와 ‘트레일러’들의 운임을 정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와 지입제 폐지 같은 당장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주장들을 내세운 화물연대의 본심은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주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조직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는 걸 화물연대 지도부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