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후보자인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금융·산업 분리) 원칙’을 손보겠다고 했다. 그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감안하면 개편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금융과 비금융의 업무 영역이 없어지는 ‘빅블러’ 시대인 만큼 핀테크사도, 기존 금융회사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만큼 낡고 시대와 동떨어졌으며,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규제도 찾기 힘들다. ‘은행이 대기업 사금고가 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4% 이상)를 막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기업 투자도 제한하고 있다.

빅테크, 핀테크 업체들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영역을 나누는 금산분리 규제는 수명을 다한 구시대적 유물이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져 융복합, 초연결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전기차를 내놓는 시대다. 애플 아마존 등은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이팔 등 핀테크 업체들은 전통 금융업의 영역을 파괴하며 판을 뒤흔들고 있다.

금산분리 같은 케케묵은 규제로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허용했다지만, 이 정도론 어림도 없다. SK LG 같은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통해 벤처투자를 할 수 있게 해주면서 차입 규모를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하는 등 각종 족쇄를 채웠다.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털 등 대기업 CVC의 투자에 제약이 없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488개 유니콘기업을 탄생시킨 것과 대조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지주회사가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일본과 유럽연합(EU)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는 자회사인 자동차보험사 가이코와의 내부거래로 막대한 자금을 공급받는다. 일본 유통업체 세븐&아이홀딩스(일반지주사)는 은행업에 진출,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등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하고 금융회사에서 수수료를 받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금산분리는 국내 기업의 신사업 진출과 투자 기회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산업·금융 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막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를 과감히 없애 산업 구조 개편과 기업의 글로벌화·대형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