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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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 시대는 끝났다. 빅 테크 주식들은 십여년 만에 가장 큰 폭락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에 시달렸던 일부 투자자들은 더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십년간 증시를 지배했던 기술주 시대는 끝났다(Tech’s Decade of Stock-Market Dominance Ends, For Now)'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S&P 500의 정보기술 섹터지수는 올들어 7일까지 2022년 19% 하락했다. 2002년 이후 최악이다. 13% 떨어진 S&P 500 지수와는 2004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올들어 4월까지 기술주 중심의 뮤추얼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6억 달러에 달한다. 1993년 모닝스타 다이렉트 데이터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다.

지난 수년동안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소프트웨어 및 소셜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기술주들은 증시를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전염병에 따른 미 중앙은행(Fed)의 유동성 공급 확대정책은 위험한 베팅에 대한 만족할 수없 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올들어 투자자들은 뚜렷하게 다른 환경에 직면해 있다. 국채 수익률은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고, 채권가격은 하락했다. 옵션 거래, 특수목적인수회사, 암호화폐 등 지난 2년동안 끓어올랐던 추세가 급격히 유턴해 가라앉았다. S&P 500의 에너지 및 유틸리티 섹터만이 상승했다.

일각에선 10년이 넘게 펼쳐진 기술주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엑손 모빌이나 코카콜라, 알트리아 그룹과 같은 가치주의 부활을 기다려온 가치투자자들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다.

S&P 500 가치지수(S&P 500 Value index)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반도체회사인 엔비디아, 그리고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을 포함하는 S&P 500 성장지수(S&P 500 Growth index)를 2000년 이후 가장 큰 17%포인트 차이로 능가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EPFR에 따르면 480억 달러 이상이 성장 주식 펀드에서 빠져나간 반면 가치 주식 관련 펀드에는 130억 달러 이상이 몰렸다. “이는 정말로 증시 체제의 변화"라고 AJO 비스타(AJO Vista)의 투자 책임자인 크리스 코빙톤(Chris Covington)은 말했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기술주에 대한 베팅과 수개월간의 시장 혼란은 2000년의 닷컴 버블을 상기시킨다. 버블이 터졌을 때,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 사이 거의 80% 하락했다.

올해 개별 기술주들은 사상 최대 급락을 기록했으며, 때로는 몇 시간 내에 수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 5월말 스냅(Snap Inc.) 주식이 43%의 손실을 입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160억 달러 감소했다. 핀테크 회사인 어펌 홀딩스(Affirm Holdings Inc)와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base Global Inc)도 2022년에 반토막이 났다. 미 증권사인 웨드부시는 어펌 주가가 추가로 40% 가까이 하락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15 달러로 제시했다.
스냅 주가 추이
스냅 주가 추이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플랫폼,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등 인기 FAANG 주식의 주가도 모두 올해 S&P 500보다 가파른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전략가들은 기술주들이 주가 하락에도 불구, 여전히 S&P 500 지수 비중의 27%에 가까운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아직 기술주들을 매수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경고했다.

강현철 객원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