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3상 시험을 위한 첫 투여를 시작하면서다. mRNA 백신을 활용해 기존 독감 백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목표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7일(현지시간) 독감 백신 후보물질인 'mRNA-1010'의 임상 3상 시험 첫 투여를 시작했다. 남반구 지역의 겨울을 맞아 6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새 독감 백신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mRNA-1010이 기존 독감 백신에 비해 면역학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지, mRNA-1010를 투여한 사람들의 안전성은 높은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mRNA-1010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남반구 유행 예방 바이러스로 지목한 인플루엔자 A/H1N1, A/H3N2, 인플루엔자 B/야마가타, B/빅토리아 등 네가지 형의 헤마글루티닌 당 단백질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헤마글루티닌 당단백질은 기존 독감 백신의 주요 타깃이다. 모더나는 남반구 임상 시험 후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하면 올해 말 북반구에서도 유효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모더나가 mRNA-1010 임상 1·2상 시험을 위해 첫 투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18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1개월 만에 마지막 임상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기존 독감 백신은 예방률이 40~60%로 높지 않다. 매년 독감 바이러스가 진화를 거듭하며 다른 아형으로 유행하지만 이를 정확히 예측해 백신을 맞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신이 개발됐지만 매년 300만~500만명이 심각한 독감 증상을 호소한다. 29만~65만명은 독감 관련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다.

독감 백신은 크게 세포배양 백신과 유정란 배양 백신으로 나뉜다. 유정란 백신은 유정란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것이다. 배양 중 바이러스가 일부 변형될 수 있다. 유정란 수급 상황에 따라 백신 제조 일정이 영향을 받는 것도 한계다.

이를 보완해 세포배양백신이 개발됐다. 하지만 백신 제조 등의 공정엔 여전히 긴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올 겨울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아형을 6~9개월 전에 결정해 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백신 생산이 이뤄진다. 우세종을 '추정'하는 구조인 셈이다.

모더나는 mRNA 독감 백신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mRNA 백신은 배양 과정이 필요없어 타깃 항원을 확인한 뒤 빠르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서다. 해당 연도에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전통적 방식의 백신보다 더 많은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제(NA)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 외에 다른 바이러스도 함께 예방하는 백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과거 모더나가 mRNA 기술로 조류 독감 백신을 개발했지만 당시 충분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더나는 2019년 H10N8과 H7N9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한 mRNA 백신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면역원성은 기대에 못미쳤고 중화항체 수치 등도 기존 백신보다 충분히 높지 않았다. 접종자들의 몸 속 항체 값마저 접종 6개월 뒤 크게 줄었다.

백신 명가로 불리는 사노피와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mRNA를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해당 백신의 예방률은 95%였다. 화이자는 독감 백신에서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의 mRNA 독감백신 후보물질은 'PF-07252220'다. 임상 1상 단계다.

사노피는 트렌스레이트바이오와 함께 인플루엔자A/H3N2를 타깃으로 한 1가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MRT-5400, MRT-5401 등으로 임상 1상 단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