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에너지 대란이 1970년대 ‘오일쇼크’를 능가하는 최악의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덴마크 쇠네르보르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2022 IEA 7차 연례 에너지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향후 몇 년이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대란을 계기로 에너지 효율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총회에서 “석유와 가스 등 모든 에너지원이 부족한 위기가 한꺼번에 찾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봉쇄 조치에서 회복할 경우 중국발 에너지 수요와 맞물려 유럽의 에너지 공급난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 IEA가 내린 진단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유럽은 배급제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드라이빙(휴가철) 시즌이 다가오면서 경유, 휘발유, 항공유 모두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천연가스 역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이번 겨울은 굉장히 길고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의 일환으로 최근 러시아산 석탄과 석유를 금수하기로 했다. 조만간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IEA는 이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없애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했다. 내년까지는 태양광·풍력발전에서 35TWh(테라와트시)의 발전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2030년 전까지 EU의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제로’로 만든다는 게 골자다.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는 2040년이다. 세계 빌딩 중 절반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고, 석탄 및 석유로 돌아가는 모든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대체 에너지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워낙 높은 탓이다. 현재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폴란드, 핀란드,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에 가스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이는 유럽 역내 에너지 수급 불안,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비롤 사무총장은 “배급제를 피하는 방법은 단시간에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는 것뿐”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이번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쇠네르보르(덴마크)=남정민/김리안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