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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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9일 반도체 원료 생산시설을 봉쇄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완성차 물류 봉쇄에 이어 이번엔 반도체 물류까지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반도체 공급 차질뿐 아니라 가격 급등도 우려된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화물연대 내부지침에 따르면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이날 “삼성 반도체 타격을 목적으로 반도체 원료업체인 LS니꼬동, 고려아연에 집중한다”는 지침을 현장 조합원들에게 내려보냈다. 그러면서 “자동차 및 반도체 이원화 투쟁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핵심 사업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겨냥한 것이다.

LS니꼬동과 고려아연은 울산지역 시설에서 삼성전자에 납품할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PSA)을 생산하고 있다. 황산은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를 세척하는 데 쓰이는 필수 원료다. 황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반도체 생산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울산 외의 반도체 관련 시설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반도체산업과 관련한 전국 시설을 봉쇄할 방침”이라며 “오랜 운송 경험을 통해 어느 물품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구석구석 알고 있는 만큼 물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관련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날 직접 타격 대상이 된 현대차의 피해도 현실화했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현대차의 △부품 △철강 △탁송 △포워딩(선적) 분야에 투입되는 전체 6000여 대 차량 중 4분의 1 수준인 1500대 정도만 정상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는 절박한 생존의 상황에 내몰린 부품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운송 중단을 즉각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곽용희/박신영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