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당국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 규제 완화 카드를 내놨습니다.

이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연준 등 각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2014년 6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운용 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에서 채권 평가 손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보험사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건전성 지표(RBC)가 악화되는 것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부실 금융기관 지정과 보험 계약자 이탈 등 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금융위원회가 이를 막기 위해 보험사 자본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융위는 이달 말부터 LAT(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 잉여액을 RBC의 가용 자본으로 인정할 예정입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시가 평가 부채가 원가 평가 부채보다 작아져 잉여 액이 발생하는데 이를 가용 자본으로 반영하면 보험사 건전성이 개선됩니다.

당국은 이번 RBC 하락이 실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회계 처리 상 발생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당국은 이를 통해 보험사 RBC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RBC비율이 과대 평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LAT 잉여액 중 40%만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 노건엽 /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 금융당국이 완충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보험사가 충분히 대응할 수 없고 현재 자본 구조가 금리 등 시장 변수 변화에 취약해진 면이 있습니다. 손실 흡수성이 높은 자본 확충을 유도하는게 필요합니다. ]

이외에 당국은 보험사 대체 투자 관련 부실 가능성을 살필 계획입니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춰 유상증자 등을 통해 보험사의 자본 확충을 유도할 방침입니다.

한국경제 TV 이민재입니다.

<앵커>

최근 금리 인상 움직임이 보험사 건전성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줬는 지, 또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기에 금융당국까지 나서게 된 것인지 취재기자와 직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 체계를 바꿨습니다.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먼저 조금 어려운 단어일 수 있는데, 보험사들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지급여력비율, RBC(Risk-Based Capital ratio)비율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 지 여력을 파악하기 위해 요구자본에서 가용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보험업법에서는 이 수치가 10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고요, 금융당국은 보다 안정적이게 150%까지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 1분기 보험사들의 RBC비율을 보면, 대부분 전분기보다 대폭 하락했습니다. DGB생명은 100% 아래로 떨어졌고요. 한화손해보험이나 DB생명, 흥국화재 등도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고 있습니다.

<앵커>

보험사의 RBC비율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건, 금리 인상 영향때문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보험사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매도가능증권 등 채권의 시장가치가 금리 인상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두둑한 자본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산정된 자본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MG손해보험이었죠. 소형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은 1분기 RBC비율이 69%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앵커>

건전성이 이렇게 악화되면,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 가입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기자>

가입자는 물론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건전성 지표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지 못 했는데요. 올 1분기 삼성생명은 전년보다 약 60%p나 비율이 하락했고 한화생명도 25%p 하락한 160%를 나타냈습니다.

다음 화면을 보시면요, 물론 대내외 환경도 영향을 줬겠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수치인 건전성 지표도 반영이 되면서 보험사의 주가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지속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의 입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회계상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지 실제 창고에서 돈이 나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보험사의 운용자본을 평가하는 산정 체계가 보수적이다,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이 빨라지면서 이런 현상이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나타나다보니, 앞서 리포트 보셨듯이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이 산정체계를 바꿔보자, 이렇게 논의를 하게 된 배경이 된 겁니다.

<앵커>

내년부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으로 보험사들의 회계산정 기준이 또 바뀌지 않습니까?

<기자>

네, 2023년부터 국제 기준에 맞춰 국내 보험사들도 회계산정 방식이 달라집니다. 새 회계기준은 보험사들의 부채를 계약시점인 원가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게 골자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줘야 할 보험금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현재는 부채가 100만원으로 잡히지만 새 기준이 적용되면 향후 줘야 할 이자, 시장상황 등을 합산한 시가로 평가돼서 부채가 더 크게 잡히는 겁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여기에 금리상승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채권이나 외환시장 역시 변동성이 심한 만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RBC비율 제도 대신에 새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킥스(K-ICS)'라는 신 지급여력제도를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오늘 당국의 일부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산정체계가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는 개선이 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고요. 보험주의 주가 흐름 역시 지표 개선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어집니다. 다만 결국 보험사라는 금융기관의 성격 자체가 가입자에게 제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자본 확충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


장슬기 기자·이민재 기자 jsk9831@wowtv.co.kr
삼성·한화도 못 피한 건전성 하락…당국, 규제완화 카드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