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백악관 "물가 더 높아질 것", 메릴 "연착륙해도 울퉁불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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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달력은 빡빡합니다. 9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발표가 있습니다. 7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혹시라도 50bp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유로존 국채와 함께 미 국채 금리도 뛸 수 있습니다. 10일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됩니다. CPI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음을 보여주긴 주겠지만 시원하게 떨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다음 주 15일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고, 다음 달 초 2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됩니다. 기업 마진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타겟에 이어 8일(미 동부 시간) 크레디스위스, 인텔, 스캇미라클그로우(SMG) 등이 실적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이런 큰 이벤트를 앞두고 뉴욕 증시는 이달 들어 좁은 범위에서 등락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5월 말 4050을 넘은 뒤 지난 2주 동안 대략 110포인트(4050~4160)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이틀간 반등한 주요 지수는 이날 상승 폭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다우는 0.81%, S&P500지수는 1.08% 내렸고 나스닥은 0.73%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의 종가는 여전히 박스권 한복판인 4115입니다. 금리가 다시 오른 게 주가를 압박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침부터 뛰더니 온종일 3%대에 머물렀습니다. 한때 3.039%까지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큰 방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 트레이더들도 빅 이벤트를 앞두고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10년물 금리도 이달 들어 2.9~3.03%의 좁은 폭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채권 시장 분위기는 블룸버그의 기사(‘Train Wreck’ Economy or Red-Hot Inflation Is Big New Bond Call)에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두 가지 극단적 시나리오 사이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뜨거운 인플레이션으로 새로운 채권 매도(금리 상승)가 발생하는 게 하나이고, 경기 침체 위험으로 수익률을 다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는 랠리가 발생하는 게 두 번째 시나리오이다.
금리 상승 시나리오의 대표 주자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이다. 가혹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10년물 금리가 4%로 급등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기술주부터 신흥 시장까지 위험자산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금리 하락 시나리오는 스탠다드차타드 등이 주장하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경제적 허리케인이 발생해 수익률이 2.25%까지 다시 떨어지는 것이다.
미 증권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10년물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지만, 레버리지 펀드는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 5월 10년물 금리는 3.2%까지 치솟았다가 2.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달엔 3% 안팎의 좁은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리지워터의 레베카 페터슨 최고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과 Fed의 긴축 필요성을 고려할 때 10년물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본다. 우리는 4%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BNY멜런자산운용의 레오 그로호프스키는 "정책 실수의 가능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Fed가 너무 매파적이며 계속 긴축을 해서 경기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Fed는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면 정책을 유턴한 적이 있다. 2018년 말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2019년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완화로 돌아섰다. 2011년에도 성장 둔화와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속에 갑자기 부양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알파심플렉스의 캐서린 카민스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온다면 Fed는 계속 물가와 싸워야 할 것"이라며 "채권 매도 거래는 아직 갈 길이 많다"라고 말했다.> 10년물 금리는 오후 12시께 3.00% 선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 다시 급등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33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입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탓입니다. 낙찰 금리는 3.030%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3.018%보다 1.2bp나 높게 결정됐습니다. 수요가 2.41배에 그쳐 지난 여섯 번 입찰 평균인 2.5배보다 낮았습니다. 특히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수요가 63.6%에 그쳐 지난 여섯 번 평균인 69.1%보다 줄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5월 CPI 발표를 앞두고 있고 다음 주부터는 양적 긴축(QT)도 본격화된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가 몰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CPI에 대해선 조금씩 전망이 악화하는 분위기입니다. 백악관의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날 "이번 주말 발표될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은 물가의 더 많은 증거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근원 수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특히 항공료와 높은 항공유 비용의 영향을 볼 때 그렇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씨티는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5%나 증가해서 또다시 강력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서비스 분야에서의 가격 상승으로, 예상보다 높게 나올 위험이 크다고 봤습니다. 씨티는 서비스 분야의 인플레이션 확대는 빡빡한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높게 몰아가고 있는 추가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야데니리서치는 "휘발유, 식료품 및 임대료의 상승이 빠르게 낮아지는 중고차, 가구, 가전 등 소비자 내구재 물가로 인해 부분적으로 상쇄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도 "소비자가 상품에서 서비스 소비로 전환하면서 항공료, 자동차 렌트비, 숙박료 등이 급등하고 있어 이들 요소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유가는 또 급등했습니다. 브렌트유는 2.87% 올라 배럴당 124.03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원유(WTI)도 2.66% 상승해 배럴당 122.5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UAE 에너지부 장관은 "중국 봉쇄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유가가 정점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현재 공급량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Fed가 긴축을 강화할 것이란 주장도 계속 나옵니다. 웰스파고는 "Fed가 6월, 7월뿐 아니라 9월에도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그런 다음 다섯 번의 추가 25bp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고 2023년 2분기 기준금리는 3.5~3.75%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주식 시장 사정도 채권 시장과 비슷합니다. 박스권에 머무는 이유입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는 "5월 중순의 저점에서 6.7% 반등한 S&P500 지수는 다시 올해 이전의 랠리 경로를 따르고 있다. 변동성 지수가 29~37(1, 2 표준편차 수준)에서 주가는 바닥을 치고 VIX가 다시 장기 평균인 20으로 되돌아가면 고점을 찍는다. VIX는 23까지 떨어졌다. 이는 펀더멘털(기업 이익)이 개선되기 시작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반등은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피델리티의 줄리언 티머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시장이 당분간 박스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업 이익은 시장의 기초이며, 주가는 기업 이익을 좇아간다. 내가 보기에 시장의 문제는 주가가 최근 공정가치 수준(주가수익비율 P/E 16.2배)까지 떨어졌지만, 이 공정가치가 이미 기업 이익이 내년에 10% 성장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여기에서 더 높은 P/E로 이동하려면 (a) 이익이 10% 이상 증가하거나 (b) 자본 비용이 (금리 하락으로) 감소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 중 어느 것도 가능성이 크지 않고 동시에 발생하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익이 늘려면 경제가 계속 뜨거워야 하는데, 이러면 Fed는 훨씬 더 긴축할 것이란 겁니다. 또 금리가 하락하려면 경제가 침체 수준으로 악화하여야 하는 데 그러려면 기업 이익이 10% 늘기 어렵죠. 즉 기업 이익 증가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티머는 "그는 P/E가 23배에서 16배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주가가 저렴한 건 아니다. 아마도 주가는 횡보할 것이고 1940년대처럼 장기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크레디스위스, 스캇미라클그로우(SMG)가 2분기 가이던스를 낮췄고 인텔도 전날 2분기 실적에 대해 경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크레딧스위스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2분기 손실을 경고하고 해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2분기에 적자를 내면 3개 분기 연속 손실이라며, 타겟처럼 크레디스위스의 자체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조금 다릅니다. 인텔의 데이브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 콘퍼런스에서 "거시경제 측면에서 분명히 약화하고 있다"라며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는 분명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여전히 어려운 부품 확보, 감소하는 고객사 재고 수준, 중국 상하이 봉쇄 등 세 가지 역풍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텔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때 실망스러운 2분기 전망을 제시했었습니다. 진스너는 "2분기 실적에 대해 모든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라면서도 "이 시점에서 한 달 전보다 훨씬 더 잡음이 많다(noisier)고 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씨티의 크리스토퍼 데인리 애널리스트는 이날 인텔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가 45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데인리는 "인텔이 2분기 가이던스를 부정적으로 바꾸거나, 기존 가이던스를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실적 추정치를 낮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인텔의 주가는 5.28% 폭락해 41.2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AMD는 3.21% 마이크론은 3.05%, 퀄컴 2.06% 등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했습니다. 경제 지표도 혼재되고 있습니다. 모기지 신청 건수는 금리 인상과 주택 재고 부족 여파로 전주보다 6.5% 급락해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4월 도매 재고는 전월보다 2.2% 증가해 월가 예상(2.1% 증가)을 살짝 웃돌았습니다. 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팟캐스트에서 이번 주부터 향후 몇 달 동안의 시장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당분간 혼란이 이어지겠지만 결국은 약세장이 마무리되고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입니다. 이를 정리합니다.
<7월 초에는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 이건 핵심적인 발표다. 특히 소비재 주식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높은 식료품 가격으로 인한 궁극적 영향을 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1분기 약간의 마진 축소를 목격했다. 소비자가 고급 브랜드에서 중저가 브랜드로 일부 이동하는 걸 지켜봤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실적 발표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었지만, 7월 초부터는 좀 더 광범위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이 지난 5월 초에 약세를 보인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밝혀온 것은 주가수익비율(P/E)에서 분모인 기업 수익이 시장을 안정시키리라는 것이다. 다만 그 시점은 연말에 더 가까워져야 할 것이다.
7월 27일 FOMC에서도 다시 한번 50bp 기준금리가 인상되어 금융 여건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도 이달에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통화 공급과 달러에 대한 궁극적 영향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에서 작은 움직임을 예상한다. 통화 공급이 이미 떨어지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수준과 관련이 있으므로 관찰해야 할 핵심 지표다. 물론 주간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살펴볼 지표다.
여름을 지나가면서 중요한 것은 경기의 연착륙 여부다. 우리는 얼마 전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연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연초보다 연착륙 가능성이 더 커졌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고용 추세의 냉각이다. 물론 엄청난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뜨거운 노동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 실업률이 다시 상승하진 않지만, 임금이 안정화되고 최종적으로 신규고용은 줄어들고 있다. 두 번째, 미국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냉각이다. 최근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지만, 서비스 지수도 차가워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확장세를 나타내는 50 이상 수준에 있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금융 비용의 상승이다. 모기지 금리 상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것도 Fed의 비상 부양 조치를 없애는 수준이며, 경제를 제한할 정도로 비싸지는 않다. 앞으로도 금리가 오르겠지만 경제를 제한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연착률을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 연착륙 과정은 더 울퉁불퉁할 것이고 가다 섰다를 반복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와일드카드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또 달러도 주시할 것이다. 달러 상승세가 지나치게 글로벌 성장을 제한하지 않는지 봐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한 유형의 연착륙을 예상한다.
우리는 여름과 2분기 어닝시즌을 지나며 낙관론을 갖게 하는 네 가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선 인플레이션이 다음 달 혹은 두 달 안에 눈에 띄게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두 번째, 기업 실적이 적어도 이미 하향 수정된 것보다는 더 나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 세 번째, 중국 경제의 완전한 재개는 공급망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약간의 미묘한 수요파괴이다. 이미 높은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으로 인한 수요파괴는 임의소비재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수요파괴가 공급 문제,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가격의 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리하면, 여름 이후 시장이 반등하려면 기업 실적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가장 핵심이다. 실적 안정성은 올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2023년에 증가할 수 있다는 모멘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예상하는 시장 반등은 여름에서 가을로 퍼질 것이지만, S&P500 지수 4400~4500 수준에서의 압력은 매우 빡빡하다. 전반적으로, 이번 주기적 베어마켓 움직임은 끝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시끄럽고 혼란스럽겠지만 여전히 장기적 강세장 단계에 있다고 굳게 믿는다. 올해 초보다 더 나은 주가를 기대하는 장기 투자자에겐 여름 후반과 가을에 자산 리벨런싱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이런 큰 이벤트를 앞두고 뉴욕 증시는 이달 들어 좁은 범위에서 등락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5월 말 4050을 넘은 뒤 지난 2주 동안 대략 110포인트(4050~4160)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이틀간 반등한 주요 지수는 이날 상승 폭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다우는 0.81%, S&P500지수는 1.08% 내렸고 나스닥은 0.73%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의 종가는 여전히 박스권 한복판인 4115입니다. 금리가 다시 오른 게 주가를 압박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침부터 뛰더니 온종일 3%대에 머물렀습니다. 한때 3.039%까지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큰 방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 트레이더들도 빅 이벤트를 앞두고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10년물 금리도 이달 들어 2.9~3.03%의 좁은 폭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채권 시장 분위기는 블룸버그의 기사(‘Train Wreck’ Economy or Red-Hot Inflation Is Big New Bond Call)에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두 가지 극단적 시나리오 사이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뜨거운 인플레이션으로 새로운 채권 매도(금리 상승)가 발생하는 게 하나이고, 경기 침체 위험으로 수익률을 다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는 랠리가 발생하는 게 두 번째 시나리오이다.
금리 상승 시나리오의 대표 주자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이다. 가혹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10년물 금리가 4%로 급등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기술주부터 신흥 시장까지 위험자산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금리 하락 시나리오는 스탠다드차타드 등이 주장하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경제적 허리케인이 발생해 수익률이 2.25%까지 다시 떨어지는 것이다.
미 증권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10년물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지만, 레버리지 펀드는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 5월 10년물 금리는 3.2%까지 치솟았다가 2.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달엔 3% 안팎의 좁은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리지워터의 레베카 페터슨 최고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과 Fed의 긴축 필요성을 고려할 때 10년물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본다. 우리는 4%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BNY멜런자산운용의 레오 그로호프스키는 "정책 실수의 가능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Fed가 너무 매파적이며 계속 긴축을 해서 경기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Fed는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면 정책을 유턴한 적이 있다. 2018년 말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2019년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완화로 돌아섰다. 2011년에도 성장 둔화와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속에 갑자기 부양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알파심플렉스의 캐서린 카민스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온다면 Fed는 계속 물가와 싸워야 할 것"이라며 "채권 매도 거래는 아직 갈 길이 많다"라고 말했다.> 10년물 금리는 오후 12시께 3.00% 선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 다시 급등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33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입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탓입니다. 낙찰 금리는 3.030%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3.018%보다 1.2bp나 높게 결정됐습니다. 수요가 2.41배에 그쳐 지난 여섯 번 입찰 평균인 2.5배보다 낮았습니다. 특히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수요가 63.6%에 그쳐 지난 여섯 번 평균인 69.1%보다 줄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5월 CPI 발표를 앞두고 있고 다음 주부터는 양적 긴축(QT)도 본격화된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가 몰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CPI에 대해선 조금씩 전망이 악화하는 분위기입니다. 백악관의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날 "이번 주말 발표될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은 물가의 더 많은 증거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근원 수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특히 항공료와 높은 항공유 비용의 영향을 볼 때 그렇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씨티는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5%나 증가해서 또다시 강력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서비스 분야에서의 가격 상승으로, 예상보다 높게 나올 위험이 크다고 봤습니다. 씨티는 서비스 분야의 인플레이션 확대는 빡빡한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높게 몰아가고 있는 추가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야데니리서치는 "휘발유, 식료품 및 임대료의 상승이 빠르게 낮아지는 중고차, 가구, 가전 등 소비자 내구재 물가로 인해 부분적으로 상쇄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도 "소비자가 상품에서 서비스 소비로 전환하면서 항공료, 자동차 렌트비, 숙박료 등이 급등하고 있어 이들 요소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유가는 또 급등했습니다. 브렌트유는 2.87% 올라 배럴당 124.03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원유(WTI)도 2.66% 상승해 배럴당 122.5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UAE 에너지부 장관은 "중국 봉쇄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유가가 정점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현재 공급량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Fed가 긴축을 강화할 것이란 주장도 계속 나옵니다. 웰스파고는 "Fed가 6월, 7월뿐 아니라 9월에도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그런 다음 다섯 번의 추가 25bp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고 2023년 2분기 기준금리는 3.5~3.75%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주식 시장 사정도 채권 시장과 비슷합니다. 박스권에 머무는 이유입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는 "5월 중순의 저점에서 6.7% 반등한 S&P500 지수는 다시 올해 이전의 랠리 경로를 따르고 있다. 변동성 지수가 29~37(1, 2 표준편차 수준)에서 주가는 바닥을 치고 VIX가 다시 장기 평균인 20으로 되돌아가면 고점을 찍는다. VIX는 23까지 떨어졌다. 이는 펀더멘털(기업 이익)이 개선되기 시작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반등은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피델리티의 줄리언 티머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시장이 당분간 박스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업 이익은 시장의 기초이며, 주가는 기업 이익을 좇아간다. 내가 보기에 시장의 문제는 주가가 최근 공정가치 수준(주가수익비율 P/E 16.2배)까지 떨어졌지만, 이 공정가치가 이미 기업 이익이 내년에 10% 성장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여기에서 더 높은 P/E로 이동하려면 (a) 이익이 10% 이상 증가하거나 (b) 자본 비용이 (금리 하락으로) 감소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 중 어느 것도 가능성이 크지 않고 동시에 발생하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익이 늘려면 경제가 계속 뜨거워야 하는데, 이러면 Fed는 훨씬 더 긴축할 것이란 겁니다. 또 금리가 하락하려면 경제가 침체 수준으로 악화하여야 하는 데 그러려면 기업 이익이 10% 늘기 어렵죠. 즉 기업 이익 증가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티머는 "그는 P/E가 23배에서 16배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주가가 저렴한 건 아니다. 아마도 주가는 횡보할 것이고 1940년대처럼 장기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크레디스위스, 스캇미라클그로우(SMG)가 2분기 가이던스를 낮췄고 인텔도 전날 2분기 실적에 대해 경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크레딧스위스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2분기 손실을 경고하고 해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2분기에 적자를 내면 3개 분기 연속 손실이라며, 타겟처럼 크레디스위스의 자체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조금 다릅니다. 인텔의 데이브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 콘퍼런스에서 "거시경제 측면에서 분명히 약화하고 있다"라며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는 분명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여전히 어려운 부품 확보, 감소하는 고객사 재고 수준, 중국 상하이 봉쇄 등 세 가지 역풍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텔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때 실망스러운 2분기 전망을 제시했었습니다. 진스너는 "2분기 실적에 대해 모든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라면서도 "이 시점에서 한 달 전보다 훨씬 더 잡음이 많다(noisier)고 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씨티의 크리스토퍼 데인리 애널리스트는 이날 인텔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가 45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데인리는 "인텔이 2분기 가이던스를 부정적으로 바꾸거나, 기존 가이던스를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실적 추정치를 낮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인텔의 주가는 5.28% 폭락해 41.2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AMD는 3.21% 마이크론은 3.05%, 퀄컴 2.06% 등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했습니다. 경제 지표도 혼재되고 있습니다. 모기지 신청 건수는 금리 인상과 주택 재고 부족 여파로 전주보다 6.5% 급락해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4월 도매 재고는 전월보다 2.2% 증가해 월가 예상(2.1% 증가)을 살짝 웃돌았습니다. 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팟캐스트에서 이번 주부터 향후 몇 달 동안의 시장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당분간 혼란이 이어지겠지만 결국은 약세장이 마무리되고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입니다. 이를 정리합니다.
<7월 초에는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 이건 핵심적인 발표다. 특히 소비재 주식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높은 식료품 가격으로 인한 궁극적 영향을 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1분기 약간의 마진 축소를 목격했다. 소비자가 고급 브랜드에서 중저가 브랜드로 일부 이동하는 걸 지켜봤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실적 발표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었지만, 7월 초부터는 좀 더 광범위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이 지난 5월 초에 약세를 보인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밝혀온 것은 주가수익비율(P/E)에서 분모인 기업 수익이 시장을 안정시키리라는 것이다. 다만 그 시점은 연말에 더 가까워져야 할 것이다.
7월 27일 FOMC에서도 다시 한번 50bp 기준금리가 인상되어 금융 여건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도 이달에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통화 공급과 달러에 대한 궁극적 영향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에서 작은 움직임을 예상한다. 통화 공급이 이미 떨어지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수준과 관련이 있으므로 관찰해야 할 핵심 지표다. 물론 주간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살펴볼 지표다.
여름을 지나가면서 중요한 것은 경기의 연착륙 여부다. 우리는 얼마 전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연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연초보다 연착륙 가능성이 더 커졌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고용 추세의 냉각이다. 물론 엄청난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뜨거운 노동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 실업률이 다시 상승하진 않지만, 임금이 안정화되고 최종적으로 신규고용은 줄어들고 있다. 두 번째, 미국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냉각이다. 최근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지만, 서비스 지수도 차가워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확장세를 나타내는 50 이상 수준에 있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금융 비용의 상승이다. 모기지 금리 상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것도 Fed의 비상 부양 조치를 없애는 수준이며, 경제를 제한할 정도로 비싸지는 않다. 앞으로도 금리가 오르겠지만 경제를 제한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연착률을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 연착륙 과정은 더 울퉁불퉁할 것이고 가다 섰다를 반복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와일드카드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또 달러도 주시할 것이다. 달러 상승세가 지나치게 글로벌 성장을 제한하지 않는지 봐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한 유형의 연착륙을 예상한다.
우리는 여름과 2분기 어닝시즌을 지나며 낙관론을 갖게 하는 네 가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선 인플레이션이 다음 달 혹은 두 달 안에 눈에 띄게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두 번째, 기업 실적이 적어도 이미 하향 수정된 것보다는 더 나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 세 번째, 중국 경제의 완전한 재개는 공급망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약간의 미묘한 수요파괴이다. 이미 높은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으로 인한 수요파괴는 임의소비재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수요파괴가 공급 문제,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가격의 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리하면, 여름 이후 시장이 반등하려면 기업 실적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가장 핵심이다. 실적 안정성은 올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2023년에 증가할 수 있다는 모멘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예상하는 시장 반등은 여름에서 가을로 퍼질 것이지만, S&P500 지수 4400~4500 수준에서의 압력은 매우 빡빡하다. 전반적으로, 이번 주기적 베어마켓 움직임은 끝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시끄럽고 혼란스럽겠지만 여전히 장기적 강세장 단계에 있다고 굳게 믿는다. 올해 초보다 더 나은 주가를 기대하는 장기 투자자에겐 여름 후반과 가을에 자산 리벨런싱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