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의 '2022년 5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김웅 조사국장의 '2022년 5월 경제전망의 주요 내용' 등 두 건의 글이 처음으로 블로그에 올라왔습니다. 두 개의 글은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한 배경과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7%로 수정한 배경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홍경식 국장의 글 말미에 'P.S.(추신)'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홍 국장은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숙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숙제를 틈틈이 미리미리 해두면 마감일이 다가와도 초조함이 없었다. 그러나 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이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 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글을 맺었습니다.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아닌 블로그라는 격식 없는 소통 채널의 글에 걸맞은 마무리였습니다. 1970년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은 미국 등의 역사적 경험을 고려하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이날 오후 2시에 공개됐는데요. 공교롭게도 이날 국고채 장단기 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지표물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85%포인트 오른 연 3.027%를 기록해 6거래일 만에 3%대로 올라섰습니다. 일각에서는 홍 국장의 'P.S.'가 한은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홍 국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말부터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미국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상황까지 왔다"며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원론적인 생각을 글에 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총재가 취임한 이후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한은이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시장 역시 소통에 익숙지 않아 생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한은은 장이 마감된 후인 오후 4시에 블로그 글을 올리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한은 내부에서 "시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쪽과 "개인의 의견인데 시장 눈치를 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뉜다고 합니다.
한은 블로그에는 "한국은행 블로그는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한국은행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공유한다"며 "게시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힌다"라고 돼 있습니다. 블로그 글을 한은의 공식 입장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블로그 글은 한은 홈페이지의 '커뮤니케이션-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