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뜻은 달랐다는데…검찰 출신 금감원장에 대한 우려 큰 까닭 [이호기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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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물론 이 원장이 전문성 측면에서는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금감원장으로 임명됐던 김기식 전 원장조차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원장이)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고, 관련 경제범죄 수사를 통해 법률적 지식과 역량을 갖춘 만큼 금감원장으로서 요건을 갖췄다"고 말했지요.

실제 이 원장의 검사 시절 경제범죄 수사 경력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굵직한 경제·금융 범죄 사건을 도맡았지요.
금감원장 인사가 6·1지방선거의 종속변수였다는 소문도 무성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경쟁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곧바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게 '대장동 게이트' 수사의 칼날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았습니다. 즉 이 의원이 국회에 입성해 '방탄'을 장착하면 관련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이런 난제를 해결하려면 금감원장에 유능한 검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지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조사 대상이 될 금융회사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이미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윤석헌 전 원장 때 강도 높은 검사·조사 등을 거쳐 관련 금융회사 및 임직원 제재까지 확정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취임 첫날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서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스템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재조사 의지를 밝혔지요.
현재 대외 환경도 그리 우호적인 편이 아닙니다. 올 들어 물가와 금리가 급등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국내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의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회사는 그 특성상 어느 한 곳의 위기가 다른 곳으로 빠른 속도로 전이되기 때문에 이를 중간에서 차단하기 위한 금감원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 각 부원장보(총 10명)를 중심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의 신뢰를 성과로서 입증해야 할 책임과 부담감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원장이 부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취임사에서 스스로 밝힌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 도모'에 역량을 집중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