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모습. 사진=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모습. 사진=뉴스1
50일 넘게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의 타워크레인 철거 일정이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사업 정상화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실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버는 셈이라는 분석도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9일 입장문을 내고 "7월 초까지 크레인 해체 논의를 연기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에는 57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 5월 타워크레인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일부 업체들은 해체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공사업단과 조합에 중재안을 내놨지만, 시공사업단은 서울시 중재안을 거부하고 타워크레인 해체를 재개한다는 입장이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소송 취하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취소를 재취소하는 총회 진행 △일반분양 모집공고를 통한 입주 일정 확정 등이 선행되어야 하며, 마감재 고급화 등 분쟁 거리를 모두 없애 정상적인 공사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가 시공사업단의 입장을 반영한 새 중재안 마련에 착수했고 서울시와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 등은 새 중재안이 마련되기 전 타워크레인 해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시공사업단이 서울시의 중재를 기다리고자 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타워크레인이 해체되면 서울시가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중재에 성공하더라도 연내 공사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워크레인은 해체에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해체 후에는 다른 건설 현장에 투입되기에 이후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원활한 장비 수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타워크레인을 구하더라도 설치에는 다시 2~3개월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업단은 "서울시에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중재를 진행 중이고, 강동구청과 조합의 정상화를 바라시는 조합원들의 요청으로 시공사업단은 크레인 해체 연기를 검토했다"며 "서울시 중재 및 조합의 진행 상황을 검토해 이후 일정에 관하여 협의 및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공사업단 또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정상화를 통해 조합원들의 손실이 최소화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공사가 중단돼 한산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습. 사진=뉴스1
공사가 중단돼 한산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습. 사진=뉴스1
둔촌주공 재건축 일부 조합원들은 집행부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이날 공사재개와 조합 파산 방지를 위해 현 조합 집행부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상위는 "현 조합 집행부는 공사중단 후 50여 일간 협의 당사자인 시공사업단과는 아무런 대화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현 조합 집행부로는 공사 재개를 위한 협의와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상위는 전체 조합원 6123명(상가 포함) 중 10%의 해임 발의를 통해 총회를 소집하고 과반인 3062명이 참여한 총회를 열어 집행부를 해임한다는 방침이다. 정상위는 "공사중단 사태에서도 무리한 마감재 변경과 단지 특화 등을 요구하고 불필요한 분쟁으로 공사중단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현 조합 집행부의 무능과 도덕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둔촌주공 정상위는 이미 시공사업단과 몇 차례 면담을 진행했으며 최근 타워크레인 철수 유예 요청에 시공사업단이 응하는 등 신뢰 관계도 쌓고 있기에 조합 집행부 교체와 협의체 구성을 통한 사업 정상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원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 포레온'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 증액과 마감재 고급화 등으로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마찰을 빚으며 지난 4월15일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시공사업단이 사업 부지에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