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만 해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철옹성같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LIV골프인비테이셔널이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날렸지만 "영구제명"을 내세운 PGA투어의 철벽수비에 막히는듯 했다. 새로운 골프리그 출범을 앞장서서 주장하던 필 미컬슨(52·미국)이 결국 역풍을 맞았고 더스틴 존슨(38·미국),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사진) 등이 줄줄이 LIV 리그 불참을 선언했다.

그 뒤로 4개월, 상황이 달라졌다. 9일 영국 런던 센트리온GC에서 열린 LIV리그 개막전을 전후해 PGA 투어의 주요 선수들이 이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존슨, 케빈 나가 투어 탈퇴까지 감행하며 LIV리그행을 선택한데 이어 이날은 대표 장타자 디섐보마저 LIV리그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골프위크는 이날 "디섐보가 오는 7월1일부터 미국 오리건주 펌킨리지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리브 골프 시리즈 두 번째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에이전트에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디섐보의 에이전트는 "브라이슨은 혁신가다. 골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 것에 흥미가 크다"고 밝혔다.

디섐보의 합류는 PGA 투어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막을 올린 LIV 리그 1차전 엔트리에는 존슨, 미컬슨 외에 이언 폴터,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40대 이상의 노장들이다. 여전히 세계랭킹은 높지만 '전성기는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디섐보는 다르다. 세계랭킹 *위인 그는 '괴력의 장타자', '필드위의 미친 물리학자'등의 별명이 있을 정도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2020년 몸무게를 18kg이나 늘리며 US오픈에서 우승했고 PGA투어 2019-2020시즌(322.1야드)과 2020-2021시즌(329.2야드) 장타 1위에 올랐다. LIV리그가 확실한 흥행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2018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패트릭 리드도 합류할 것이라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런던 대회를 시작으로 10월까지 미국, 태국, 사우디 등에서 총 8차례 대회를 치르는 LIV 리그는 말그대로 '돈잔치'다. 올 시즌 걸린 총 상금은 2억5500만 달러(3214억 원). 사흘간 54명의 선수가 컷 탈락 없이 샷건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첫 대회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50억4000만 원), 꼴찌도 12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를 받아간다.

경기결과에 따른 상금 외에도 톱랭커를 유치하기 위해 계약금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미켈슨은 출전 계약금으로 2억 달러(2521억 원), 존슨과 디섐보는 1억2500만 달러(1570억 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PGA투어와 잔류를 선택한 선수들은 디섐보와 리드가 물꼬를 튼 젊은 톱랭커들의 이동이 계속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잔류파' 대표주자인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는 이날 "돈만 좇아서 결정한 일은 대부분 결말이 좋지 않았다. 나는 이미 몇번의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LIV리그를 택한 선수들을 비판했다. 저스틴 토마스(29·미국)는 "존슨을 만나면 이전과 같은 태도로 대하겠지만 매우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