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발표 하루 전 나온 "인플레 정점 안쳤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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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는 불안감이 지배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모든 관심이 10일 아침 8시 30분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CPI)에 쏠린 가운데,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해진 데 따른 것입니다. 게다가 일부에선 "아직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친 게 아니다"라는 분석까지 내놓아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만약 물가가 고집스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미 중앙은행(Fed)이 6, 7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50bp 올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이날 아침 발표된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 통화정책 결정을 지켜보면서 다음 주 14~15일 열릴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해 미리 걱정해야 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기준금리 기대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시장은 이제 연말 기준금리가 2.9%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남은 다섯 번의 FOMC 회의에서 적어도 세 번은 50bp를 올려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CPI 불안이 커지다 보니 채권 금리는 소폭이지만 또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장 초반 0.3~0.5% 수준의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에는 보합권에서 오락가락했지만, 오후가 되자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벤다 리서치의 비자이 파텔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아무런 확신을 갖고 있지 않으며 테이블에서 칩을 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우는 1.94%, S&P500 지수는 2.38% 떨어졌고 나스닥은 2.75%나 급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2주간의 박스권(4050~4160)을 깨고 내려가 4017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5월 9일 수준입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지수가 팽팽해지는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모였다. CPI 발표 뒤 이런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 방출될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 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시장이 의미 있는 회복을 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쳤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가와 금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다 보니, 기술주가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 메타플랫폼은 6.43%나 폭락했고 애플(-3.6%) 아마존(-4.15%) 엔비디아(-3.22%) 등도 급락했습니다. UBS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목표주가 1100달러)로 높인 테슬라는 한때 5.6%까지 급등하기도 했지만 결국 0.89%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 차량의 충돌 사고와 관련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ECB가 이날 통화 정책회의에서 결정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7월에 25bp 기준금리 인상(11년 만에 처음)
② 9월에 추가 인상.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더 큰 폭의 인상도 적절(50bp 가능)
③ 9월 이후에도 데이터에 의존해 점진적, 지속적 인상 적절
④ 자산매입 프로그램(APP)을 7월 1일 자로 종료
⑤ 만기를 맞은 자산은 상당 기간 재투자
⑥ 팬데믹 긴급 자산매입 프로그램(PEPP)에 의한 자산 재투자는 적어도 2024년 말까지 계속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 정상화 과정이 "단지 한 걸음이 아닌 여정"이라면서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ECB도 성명에서 "가능한 한 빨리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CB는 이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6.8%, 2023년 3.5%로 상향 조정했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8%, 2023년 2.1%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예상에 부합했지만, 9월 50bp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탓에 매파적으로 분석됐습니다. ING는 "라가르드가 금리 인상이 9월에 멈추지 않을 여정이라 밝힌 것은 분명히 매파적 메시지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7월에는 25bp 인상하기로 했지만, 9월 50bp 인상의 문을 열어뒀다. 게다가 필요한 경우(에만) 자산 매입을 재개하겠다는 메시지도 중기적으로 매파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여파로 독일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bp 올라 1.45%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3월 7일까지 마이너스였고, 2주 전에만 해도 0.95%에 불과했었습니다. 특히 '약한 고리'의 대표적 국가인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이날 23bp나 폭등해 3.726%에 거래됐고,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200bp 이상 벌어졌습니다. 미국 금리도 이에 영향을 받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3.072%까지 뛰었습니다. 오후 4시 39분께 전날보다 2.2bp 오른 3.044%에 거래됐습니다.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30년물 입찰이 성공적으로 끝난 게 그나마 상승 폭을 일부 제한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미 금요일 나올 CPI 수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인정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5월에 전달보다 8.5% 올랐습니다. 4월 물가를 낮춘 공신이었던 중고차 가격도 만하임 중고차 지수를 기준으로 5월에 0.7%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부동산 앱인 레드핀은 이날 5월 미국의 월평균 임대료 요구액(중간값)이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해 처음 2000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수치가 4월과 같은 8.3%(WSJ 집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라와 모건스탠리는 8.5%, 바클레이스와 HSBC, TD증권, 웰스파고 등은 8.4%를 예상합니다. 4월보다 더 올라가는 것입니다. 월가 어느 곳도 8% 미만을 예상하는 곳은 없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1년 전부터 인플레이션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내 생각에 5월보다 6월 수치가 전월 대비 더 나빠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하락하고 있다고 과감하게 말해온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다음 달까지 8.5%를 넘는 헤드라인 수치를 봐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동인은 자꾸 확산하고 있다. 헤드라인 수준에서 에너지 가격은 상당히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주거비와 식료품에서의 물가 압박도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Fed가 9월까지 계속 50bp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날 유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브렌트유나 서부 텍사스원유(WTI) 모두 여전히 배럴당 12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9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설립자는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뒤인 7월 4일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때가 휘발유 수요가 연중 최고에 달할 때라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가는 직접적으로는 헤드라인 CPI에만 영향을 주지만, 실제로는 물류비와 제조 원가 등에 영향을 미쳐 근원 물가도 계속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WSJ은 대표적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공급이 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 탓에 국제 밀 시장에서 공급난이 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프랑스의 올해 밀 수확량은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로 밀 생산 감소가 전망되자 지난달 식량안보를 이유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효했습니다.
물론 낙관적 전망도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 기고에서 "5월 CPI는 불안할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거의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식품 가격은 치솟고 집값은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상승하는 가격은 대부분 진행중인 전염병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엉망이 된 글로벌 공급망에 기인한다. 많은 부분은 이 두 가지 충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달려 있고, 여기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대담하지만 낙관적이어야 할 이유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것이란 겁니다. 잔디는 "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올해 후반에 하락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내년 이맘때쯤 의미 있게 낮아지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편안하게 느낄 수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필요한 것은 약간의 행운, 그리고 전염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 금리는 7%가 넘었습니다. 대다수 정크등급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넘는 수준입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 기업들은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습니다. CNBC가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상대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한 설문에서 77%가 2023년 상반기 중 경기 침체를 예상했습니다.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답한 CFO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들의 40% 이상은 가장 큰 외부 리스크로 '인플레이션'을 꼽았고, '통화정책' 2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4%가 뒤를 이었습니다. 41%는 10년물 금리는 연말까지 4%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77%는 다우 지수가 3만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지금보다 18%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이날 나온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7000명 증가한 22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월 15일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뜨거운 노동시장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반응은 없었습니다. 아직 Fed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분위기가 나빠지다 보니 연말 S&P500 목표치를 낮추는 월가 금융사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월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800을 제시해왔던 에버코어 ISI는 이를 4300으로 수정했습니다.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228달러에서 226달러로, 내년 EPS 추정치는 252달러에서 247달러로 소폭 낮춘 데 따른 것입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S&P500 지수가 지금보다 30% 낮은 2900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치솟는 유가가 경기 침체를 부르는 경우인데요. 에버코어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고유가는 경기 침체의 확률을 높여온 역사가 있다. 20세기 경기 침체가 나타난 약세장의 평균 하락률은 41%에 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엔 4860을 목표로 제시했던 RBC가 이를 4700으로 낮췄었습니다. 경기 침체는 오지 않겠지만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RBC는 올 초까지만 해도 5050을 제시했었다가 두 차례 하향 조정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는 시장의 기준금리 기대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시장은 이제 연말 기준금리가 2.9%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남은 다섯 번의 FOMC 회의에서 적어도 세 번은 50bp를 올려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CPI 불안이 커지다 보니 채권 금리는 소폭이지만 또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장 초반 0.3~0.5% 수준의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에는 보합권에서 오락가락했지만, 오후가 되자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벤다 리서치의 비자이 파텔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아무런 확신을 갖고 있지 않으며 테이블에서 칩을 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우는 1.94%, S&P500 지수는 2.38% 떨어졌고 나스닥은 2.75%나 급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2주간의 박스권(4050~4160)을 깨고 내려가 4017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5월 9일 수준입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지수가 팽팽해지는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모였다. CPI 발표 뒤 이런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 방출될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 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시장이 의미 있는 회복을 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쳤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가와 금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다 보니, 기술주가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 메타플랫폼은 6.43%나 폭락했고 애플(-3.6%) 아마존(-4.15%) 엔비디아(-3.22%) 등도 급락했습니다. UBS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목표주가 1100달러)로 높인 테슬라는 한때 5.6%까지 급등하기도 했지만 결국 0.89%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 차량의 충돌 사고와 관련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ECB가 이날 통화 정책회의에서 결정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7월에 25bp 기준금리 인상(11년 만에 처음)
② 9월에 추가 인상.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더 큰 폭의 인상도 적절(50bp 가능)
③ 9월 이후에도 데이터에 의존해 점진적, 지속적 인상 적절
④ 자산매입 프로그램(APP)을 7월 1일 자로 종료
⑤ 만기를 맞은 자산은 상당 기간 재투자
⑥ 팬데믹 긴급 자산매입 프로그램(PEPP)에 의한 자산 재투자는 적어도 2024년 말까지 계속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 정상화 과정이 "단지 한 걸음이 아닌 여정"이라면서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ECB도 성명에서 "가능한 한 빨리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CB는 이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6.8%, 2023년 3.5%로 상향 조정했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8%, 2023년 2.1%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예상에 부합했지만, 9월 50bp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탓에 매파적으로 분석됐습니다. ING는 "라가르드가 금리 인상이 9월에 멈추지 않을 여정이라 밝힌 것은 분명히 매파적 메시지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7월에는 25bp 인상하기로 했지만, 9월 50bp 인상의 문을 열어뒀다. 게다가 필요한 경우(에만) 자산 매입을 재개하겠다는 메시지도 중기적으로 매파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여파로 독일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bp 올라 1.45%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3월 7일까지 마이너스였고, 2주 전에만 해도 0.95%에 불과했었습니다. 특히 '약한 고리'의 대표적 국가인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이날 23bp나 폭등해 3.726%에 거래됐고,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200bp 이상 벌어졌습니다. 미국 금리도 이에 영향을 받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3.072%까지 뛰었습니다. 오후 4시 39분께 전날보다 2.2bp 오른 3.044%에 거래됐습니다.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30년물 입찰이 성공적으로 끝난 게 그나마 상승 폭을 일부 제한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미 금요일 나올 CPI 수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인정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5월에 전달보다 8.5% 올랐습니다. 4월 물가를 낮춘 공신이었던 중고차 가격도 만하임 중고차 지수를 기준으로 5월에 0.7%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부동산 앱인 레드핀은 이날 5월 미국의 월평균 임대료 요구액(중간값)이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해 처음 2000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수치가 4월과 같은 8.3%(WSJ 집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라와 모건스탠리는 8.5%, 바클레이스와 HSBC, TD증권, 웰스파고 등은 8.4%를 예상합니다. 4월보다 더 올라가는 것입니다. 월가 어느 곳도 8% 미만을 예상하는 곳은 없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1년 전부터 인플레이션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내 생각에 5월보다 6월 수치가 전월 대비 더 나빠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하락하고 있다고 과감하게 말해온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다음 달까지 8.5%를 넘는 헤드라인 수치를 봐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동인은 자꾸 확산하고 있다. 헤드라인 수준에서 에너지 가격은 상당히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주거비와 식료품에서의 물가 압박도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Fed가 9월까지 계속 50bp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날 유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브렌트유나 서부 텍사스원유(WTI) 모두 여전히 배럴당 12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9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설립자는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뒤인 7월 4일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때가 휘발유 수요가 연중 최고에 달할 때라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가는 직접적으로는 헤드라인 CPI에만 영향을 주지만, 실제로는 물류비와 제조 원가 등에 영향을 미쳐 근원 물가도 계속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WSJ은 대표적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공급이 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 탓에 국제 밀 시장에서 공급난이 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프랑스의 올해 밀 수확량은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로 밀 생산 감소가 전망되자 지난달 식량안보를 이유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효했습니다.
물론 낙관적 전망도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 기고에서 "5월 CPI는 불안할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거의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식품 가격은 치솟고 집값은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상승하는 가격은 대부분 진행중인 전염병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엉망이 된 글로벌 공급망에 기인한다. 많은 부분은 이 두 가지 충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달려 있고, 여기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대담하지만 낙관적이어야 할 이유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것이란 겁니다. 잔디는 "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올해 후반에 하락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내년 이맘때쯤 의미 있게 낮아지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편안하게 느낄 수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필요한 것은 약간의 행운, 그리고 전염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 금리는 7%가 넘었습니다. 대다수 정크등급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넘는 수준입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 기업들은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습니다. CNBC가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상대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한 설문에서 77%가 2023년 상반기 중 경기 침체를 예상했습니다.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답한 CFO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들의 40% 이상은 가장 큰 외부 리스크로 '인플레이션'을 꼽았고, '통화정책' 2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4%가 뒤를 이었습니다. 41%는 10년물 금리는 연말까지 4%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77%는 다우 지수가 3만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지금보다 18%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이날 나온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7000명 증가한 22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월 15일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뜨거운 노동시장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반응은 없었습니다. 아직 Fed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분위기가 나빠지다 보니 연말 S&P500 목표치를 낮추는 월가 금융사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월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800을 제시해왔던 에버코어 ISI는 이를 4300으로 수정했습니다.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228달러에서 226달러로, 내년 EPS 추정치는 252달러에서 247달러로 소폭 낮춘 데 따른 것입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S&P500 지수가 지금보다 30% 낮은 2900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치솟는 유가가 경기 침체를 부르는 경우인데요. 에버코어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고유가는 경기 침체의 확률을 높여온 역사가 있다. 20세기 경기 침체가 나타난 약세장의 평균 하락률은 41%에 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엔 4860을 목표로 제시했던 RBC가 이를 4700으로 낮췄었습니다. 경기 침체는 오지 않겠지만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RBC는 올 초까지만 해도 5050을 제시했었다가 두 차례 하향 조정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