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나 가처분을 해 두고서도 정작 본안소송을 장기간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자칫 채권자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다음에서 거론되는 법리는 가압류, 가처분 모두에 공통될 수 있지만, 설명의 편의상 가압류를 바탕으로 한다).

가압류를 통해 소멸시효 진행은 그대로 중단된다는 점에서, 본소 없이 가압류만 된 상태에서 장기간이 지나더라도 채권은 소멸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06.7.4. 선고 2006다32781 판결 【대여금】

민법 제168조에서 가압류를 시효중단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가압류에 의하여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인바, 가압류에 의한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가압류채권자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계속된다.

하지만, 본소 없이 가압류 상태에만 머물러있게 되면 사정변경에 의한 가압류취소재판으로 취소될 수 있다.

★ 민사집행법 제288조 (사정변경 등에 따른 가압류취소)

① 채무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압류가 인가된 뒤에도 그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도 신청할 수 있다.

1.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
2.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
3.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

참고로, 현재는 제소기간이 3년이지만, 2002. 7. 1. 이전에 신청된 보전처분은 10년, 2002. 7. 1.부터 2005. 7. 27.까지 신청된 보전처분은 5년, 2005. 7. 28.부터 신청된 보전처분은 3년이다.

결국 가압류해두고 장기간 본소 제기하지 않으면, 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으로 (대여금)채권 자체는 그대로 유효하지만, 절차적으로는 가압류집행이 취소될 수 있게 된다. 채권이 소멸되지 않고 유효하게 존재한다는 것과, 장기간 본소를 제기하지 못해 절차적으로 가압류가 취소되어 등기부에서 말소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채무자가 다음과 같이 꾀를 내면 가압류의 족쇄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일정기간 본소제기가 없었다는 이유로 가압류취소신청을 하면 그 재판에서는 당연히 승소할 수 있다. 가압류취소재판 도중에 채권자가 본소제기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1999. 10. 26. 선고 99다37887 판결 [가처분결정취소]

가압류·가처분채권자가 가압류·가처분집행 후 10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가압류·가처분채무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그 취소를 신청할 수 있고, 그 기간이 경과되면 취소의 요건은 완성되며, 그 후에 본안의 소가 제기되어도 가압류·가처분 취소를 배제하는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

그런데, 가압류취소재판은 상대방인 채권자를 심문하기 위해 기일소환해야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취소결정을 받기 전 채권자가 해당 부동산에 다시 가압류신청을 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존 가압류를 통해 소멸시효가 중단된 상태라 (피보전)채권은 여전히 유효하고, 가압류취소재판을 통해 취소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다시 가압류 신청을 할 만한 필요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가압류신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존 가압류가 취소되어 말소되기 전에 해당 부동산에 새로운 가압류가 이루어지면, 채무자 입장에서는 기존 가압류 취소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새로운 가압류로 인해 가압류 해방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득하는데 궁극적으로 실패하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 입장에서 가압류취소 재판 이전에 새로운 가압류를 극복할 수 있는 사전 조치가 필요할 수 있는데, 해당 부동산을 타인에게 이전등기하거나, 이전등기순위를 확보하는 가등기를 하거나, 거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조치들은 일응 사해행위취소라는 분쟁소지가 없지는 않지만, 일응 새로운 가압류에 앞서는 조치로 채권자의 지위를 매우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반대로 뒤집어 생각할 수 있다. 가압류를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압류한지 3년 기간 내에 반드시 본소 제기할 필요가 있다. 만약 3년이 지났다면 섣불리 본소를 제기하기 보다는 기존 가압류와 별개로 새로운 가압류를 진행하여 미리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채무자의 가압류취소절차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상-

<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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