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인도인이 한국서 교육 스타트업을 세운 이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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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명 인구의 인도는 스타트업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도엔 6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평균연령도 29세로 젊습니다. 2014년 출범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스타트업 인디아, 스탠드업 인디아'를 슬로건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도의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뒤 머나먼 땅 한국으로 날아와 스타트업을 차린 창업가가 있습니다. 그에게 한국은 어떻게 '기회의 땅'이 됐을까요. 한경 긱스(Geeks)가 판카즈 아가르왈 태그하이브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인도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접점이 '교육 시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14억 인구의 인도와 '교육 강국' 한국 시장을 함께 겨냥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서 출발한 태그하이브다. 이 회사는 인도인 창업가가 세웠다. C랩을 통해 창업한 대표 중 최초의 외국인이다. 15살 아들과 10살 딸의 아빠인 그는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싶었다. 교육 시장을 혁신하는 게 목표다.
판카즈 아가르왈 태그하이브 대표는 최근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긱스(Geeks)와 만났다. 그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날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유니콘200 육성 사업과 관련한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태그하이브는 지난달 유니세프로부터 글로벌 교육 위기를 해결할 10곳의 테크 스타트업 중 1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하얀 클리커(리모콘) 형태인 이 도구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한다. 학생들이 클리커를 통해 '예, 아니오'나 '1~5번' 등 보기 입력으로 수업 시간 중 교사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교사들은 블루투스로 클리커와 연동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학생들의 응답을 볼 수 있는데, 덕분에 수업 이해도나 학업 성취 정도를 한 눈에 파악하기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클리커는 수업 뿐만 아니라 반장 투표나 우유 당번 선정 등 다양한 안건에 활용된다. 판카즈 대표는 "발표에 수줍은 아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클래스 키는 한국 학교를, 클래스 사띠는 인도 학교를 타깃으로 삼았다. 클래스 키는 PC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고, 클래스 사띠는 모바일 앱과 연동해 쓸 수 있다. 각 교실에 PC가 잘 보급돼 있는 한국과 달리 시설이 열악한 인도 학교에 알맞는 게 클래스 사띠다. 인터넷이 없어도 작동된다. 판카즈 대표는 "사띠는 인도어로 '친구'라는 뜻인데, 교육의 동반자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인도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50% 수준으로, 특히 교사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대의 스마트 기기로 교실 전체를 '스마트 스쿨'로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클래스 키는 국내 1000여 개의 초등학교에 공급되고 있다. 매달 고객사(학교)가 30개 이상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클래스 사띠는 인도의 2000개 학교 35만명 학생들이 사용하는 중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진행한 파일럿 테스트에선 클래스 사띠 이용 후 인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8%, 학습 참여율이 10%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8년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에 방문했을 때 클래스 사띠를 통한 수업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인기가 더 늘어났다. 비대면 교육이 많아지고, 대면 수업을 하더라도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언택트' 방식으로 학생과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그는 인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삼형제 중 둘째다. 집안 어른들은 자식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만 마쳤지만 손자들을 모두 학교에 보냈다. 판카즈 대표 역시 유치원때부터 집에서 200㎞나 떨어진 곳으로 가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는 "당시 어린 아들을 먼 곳으로 보내야 해 어머니가 많이 반대했다"며 "할아버지의 완강한 고집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교육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기숙사 생활은 자립심을 길러줬다. 5살 꼬마가 아침에 혼자 일어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유치원에 가는 게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혼자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노 프라블럼' 정신이 그때부터 체화됐다는 게 판카즈 대표의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공무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아버지는 공무원이 되기 위한 플랜을 대신 세워줬다. 우선 10학년(중학교)까지 마치고 델리에 있는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인도의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IIT(인도공과대학교)에 입학하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IIT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던 인도 공무원 사회에 반감이 생겨서다. 그래서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2004년 삼성전자가 IIT에 찾아왔다. 해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장학 프로그램이었다. 삼성의 눈에 든 그는 곧장 한국으로 날아왔다. 2004년엔 서울대에 입학해 석사 학위를 땄고, 200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후 선행개발 업무를 맡았는데, 매일 밤 12시까지 '열일'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2010년엔 삼성의 지원을 받아 하버드에서 MBA 과정도 거쳤다.
하버드에서 돌아온 뒤 한때 삼성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보좌하는 업무를 맡았다. 임원 회의에 꼬박꼬박 들어가면서 경영진들의 전략들을 귀담아 들으며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연구했던 과제 중 태그(Tag) 시스템을 완구·놀이 분야나 교육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발전시켜 보기로 했다. 그 길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 지원해 선발됐고, 본격적인 창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배수의 진도 쳤다.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스핀오프한 경우 재입사를 원한다면 5년 내에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 일종의 티켓을 지급한다. 그는 이 티켓을 찢어버렸다. 창업 생태계에 몸과 마음을 바칠 준비를 한 셈이다.
판카즈 대표는 인도에 진출하려는 한국 교육 회사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인도인으로서 한국과 인도 시장을 동시에 본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IT 강국인 한국과, IT 인프라와 인구가 동시에 갖춰진 인도 시장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건 아주 특별한 강점"이라며 "유망한 기술을 가진 상황에서 시장의 사이즈를 더 넓히고 싶은 한국 회사들게 인도 시장을 연결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인도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는 것도 태그하이브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30여 명의 직원 중 17명가량이 인도 지사에서 근무한다. 그는 "개발자 2명을 뽑는데 100명 중에 고를 만큼 '풀'이 많은 게 인도"라며 "임금도 저렴한 편이고 한국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인도 개발자들에겐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라는 꼬리표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인도의 150만개 학교 중 100만개가 공립학교다. 재단에서 관리하는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는 인프라가 열악한 편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가 관리하는 공립학교는 진입장벽이 높고 변화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아 '뚫는 것'이 어려웠다"며 "인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갖는 긍정적 이미지가 좋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의 '3D'와 한국의 '3S'가 합쳐지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인도의 창업 생태계 내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민주주의(Democracy), 인구(Demography), 수요(Demand)다. 그는 "인도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민주주의 덕에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절반 이상의 인구가 30대 이하 젊은층인 데다가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도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창업 생태계에선 3S로 속도(Speed), 똑똑하고 훈련된 인재(Smart & Skilled people), 잘 갖춰진 체계(Systematic & Process-oriented)를 눈여겨 봤다. 판카즈 대표는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모든 곳에 '빨리빨리'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었다"며 "숙련되고 똑똑한 사람들에 시스템과 절차가 더해져서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태그하이브가 교육 시장에 주고자 하는 가치는 '데이터'로 요약된다. 클리커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등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것이다. 판카즈 대표는 "이를테면 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맞히고 틀렸는지를 파악해 전반적인 교과 이해도를 관리자나 학부모가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태그하이브는 당분간 인도와 한국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업이 보다 더 안정을 찾고 나면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무대를 넓힌다는 목표다. 클래스 키와 클래스 사띠만 있으면 인프라가 있건 없건 모든 교육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4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벤처투자와 포레스트파트너스 등 국내 벤처캐피털(VC)이 투자했다. 연내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나선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이런 인도의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뒤 머나먼 땅 한국으로 날아와 스타트업을 차린 창업가가 있습니다. 그에게 한국은 어떻게 '기회의 땅'이 됐을까요. 한경 긱스(Geeks)가 판카즈 아가르왈 태그하이브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인도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접점이 '교육 시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14억 인구의 인도와 '교육 강국' 한국 시장을 함께 겨냥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서 출발한 태그하이브다. 이 회사는 인도인 창업가가 세웠다. C랩을 통해 창업한 대표 중 최초의 외국인이다. 15살 아들과 10살 딸의 아빠인 그는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싶었다. 교육 시장을 혁신하는 게 목표다.
판카즈 아가르왈 태그하이브 대표는 최근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긱스(Geeks)와 만났다. 그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날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유니콘200 육성 사업과 관련한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태그하이브는 지난달 유니세프로부터 글로벌 교육 위기를 해결할 10곳의 테크 스타트업 중 1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교실 동반자'로 학생 수업 참여도 높였다
그는 태그하이브를 "교육에 '편리함' 한 스푼을 주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2017년 문을 연 태그하이브는 스마트 스쿨을 구현하기 위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클래스 키'와 '클래스 사띠(Saathi)'를 내놨다.손 안에 쏙 들어오는 하얀 클리커(리모콘) 형태인 이 도구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한다. 학생들이 클리커를 통해 '예, 아니오'나 '1~5번' 등 보기 입력으로 수업 시간 중 교사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교사들은 블루투스로 클리커와 연동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학생들의 응답을 볼 수 있는데, 덕분에 수업 이해도나 학업 성취 정도를 한 눈에 파악하기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클리커는 수업 뿐만 아니라 반장 투표나 우유 당번 선정 등 다양한 안건에 활용된다. 판카즈 대표는 "발표에 수줍은 아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클래스 키는 한국 학교를, 클래스 사띠는 인도 학교를 타깃으로 삼았다. 클래스 키는 PC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고, 클래스 사띠는 모바일 앱과 연동해 쓸 수 있다. 각 교실에 PC가 잘 보급돼 있는 한국과 달리 시설이 열악한 인도 학교에 알맞는 게 클래스 사띠다. 인터넷이 없어도 작동된다. 판카즈 대표는 "사띠는 인도어로 '친구'라는 뜻인데, 교육의 동반자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인도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50% 수준으로, 특히 교사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대의 스마트 기기로 교실 전체를 '스마트 스쿨'로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클래스 키는 국내 1000여 개의 초등학교에 공급되고 있다. 매달 고객사(학교)가 30개 이상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클래스 사띠는 인도의 2000개 학교 35만명 학생들이 사용하는 중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진행한 파일럿 테스트에선 클래스 사띠 이용 후 인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8%, 학습 참여율이 10%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8년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에 방문했을 때 클래스 사띠를 통한 수업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인기가 더 늘어났다. 비대면 교육이 많아지고, 대면 수업을 하더라도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언택트' 방식으로 학생과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인도 최고 명문대생, 한국에 오다
판카즈 대표는 어쩌다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창업까지 하게 됐을까.그는 인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삼형제 중 둘째다. 집안 어른들은 자식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만 마쳤지만 손자들을 모두 학교에 보냈다. 판카즈 대표 역시 유치원때부터 집에서 200㎞나 떨어진 곳으로 가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는 "당시 어린 아들을 먼 곳으로 보내야 해 어머니가 많이 반대했다"며 "할아버지의 완강한 고집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교육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기숙사 생활은 자립심을 길러줬다. 5살 꼬마가 아침에 혼자 일어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유치원에 가는 게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혼자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노 프라블럼' 정신이 그때부터 체화됐다는 게 판카즈 대표의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공무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아버지는 공무원이 되기 위한 플랜을 대신 세워줬다. 우선 10학년(중학교)까지 마치고 델리에 있는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인도의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IIT(인도공과대학교)에 입학하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IIT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던 인도 공무원 사회에 반감이 생겨서다. 그래서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2004년 삼성전자가 IIT에 찾아왔다. 해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장학 프로그램이었다. 삼성의 눈에 든 그는 곧장 한국으로 날아왔다. 2004년엔 서울대에 입학해 석사 학위를 땄고, 200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후 선행개발 업무를 맡았는데, 매일 밤 12시까지 '열일'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2010년엔 삼성의 지원을 받아 하버드에서 MBA 과정도 거쳤다.
하버드에서 돌아온 뒤 한때 삼성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보좌하는 업무를 맡았다. 임원 회의에 꼬박꼬박 들어가면서 경영진들의 전략들을 귀담아 들으며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연구했던 과제 중 태그(Tag) 시스템을 완구·놀이 분야나 교육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발전시켜 보기로 했다. 그 길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 지원해 선발됐고, 본격적인 창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배수의 진도 쳤다.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스핀오프한 경우 재입사를 원한다면 5년 내에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 일종의 티켓을 지급한다. 그는 이 티켓을 찢어버렸다. 창업 생태계에 몸과 마음을 바칠 준비를 한 셈이다.
한국과 인도 잇는 가교 되고파
태그하이브의 매출은 90%가 인도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회사를 한국에 세운 이유가 뭘까.판카즈 대표는 인도에 진출하려는 한국 교육 회사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인도인으로서 한국과 인도 시장을 동시에 본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IT 강국인 한국과, IT 인프라와 인구가 동시에 갖춰진 인도 시장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건 아주 특별한 강점"이라며 "유망한 기술을 가진 상황에서 시장의 사이즈를 더 넓히고 싶은 한국 회사들게 인도 시장을 연결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인도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는 것도 태그하이브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30여 명의 직원 중 17명가량이 인도 지사에서 근무한다. 그는 "개발자 2명을 뽑는데 100명 중에 고를 만큼 '풀'이 많은 게 인도"라며 "임금도 저렴한 편이고 한국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인도 개발자들에겐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라는 꼬리표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인도의 150만개 학교 중 100만개가 공립학교다. 재단에서 관리하는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는 인프라가 열악한 편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가 관리하는 공립학교는 진입장벽이 높고 변화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아 '뚫는 것'이 어려웠다"며 "인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갖는 긍정적 이미지가 좋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의 '3D'와 한국의 '3S'가 합쳐지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인도의 창업 생태계 내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민주주의(Democracy), 인구(Demography), 수요(Demand)다. 그는 "인도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민주주의 덕에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절반 이상의 인구가 30대 이하 젊은층인 데다가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도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창업 생태계에선 3S로 속도(Speed), 똑똑하고 훈련된 인재(Smart & Skilled people), 잘 갖춰진 체계(Systematic & Process-oriented)를 눈여겨 봤다. 판카즈 대표는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모든 곳에 '빨리빨리'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었다"며 "숙련되고 똑똑한 사람들에 시스템과 절차가 더해져서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태그하이브가 교육 시장에 주고자 하는 가치는 '데이터'로 요약된다. 클리커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등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것이다. 판카즈 대표는 "이를테면 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맞히고 틀렸는지를 파악해 전반적인 교과 이해도를 관리자나 학부모가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태그하이브는 당분간 인도와 한국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업이 보다 더 안정을 찾고 나면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무대를 넓힌다는 목표다. 클래스 키와 클래스 사띠만 있으면 인프라가 있건 없건 모든 교육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4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벤처투자와 포레스트파트너스 등 국내 벤처캐피털(VC)이 투자했다. 연내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나선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