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은 여성의 상징이다. 이상이 생기면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자궁 관련 질환은 과거 고령층 여성이 주로 겪는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젊은 여성에게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환자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의료계는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3대 여성질환’으로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암을 꼽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소 관리를 잘한다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궁 질환' 연령대 낮아져…경부암 백신은 남성도 접종하세요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여성 2명 중 1명이 앓는 자궁근종

자궁근종은 30대 이상 여성 중 절반에게 나타날 정도로 아주 흔한 질환이다. 심지어 환자의 절반 이상은 아무 증상이 없다. 종양이 악성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1%가 안 된다. 그런데도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다음으로 많이 하는 수술이 자궁절제술이다. 원인의 대부분은 자궁근종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궁을 이루는 두꺼운 근육인 자궁평활근에 발생하는 양성 종양이 자궁근종이다.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 자궁근종으로 발전한다. 빈뇨와 잔뇨감, 생리량 증가, 빈혈, 복부 팽만감, 변비 등의 증상이 생긴다면 근종을 의심해야 한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근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미혼 여성의 발생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근종이 5㎝를 넘거나 개수가 많아지면 치료가 시급하다. 자궁 안쪽이 변형하면서 불임이나 유산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상태를 봐서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하고, 심하면 자궁절제술을 한다.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은 발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막이 밖에서 자라는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의 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니라 난소, 나팔관, 골반 내 복막 등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 중 10%가 겪고 있다. 난임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자궁내막증의 증상으로는 심한 생리통, 배뇨통, 골반통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자궁내막증의 원인으로 늦은 임신과 출산, 환경호르몬, 서구식 식습관 등을 꼽는다. 자궁내막증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과 약물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송재연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내막증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검진받고 포화지방이 적은 음식과 과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인 경부에 발생하는 암이다. 주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 10명 중 8명이 감염되는 흔한 바이러스다.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 초기엔 아무 증상이 없다가 암으로 발전하면서 질 출혈, 골반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20세 이상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1년에 한 번 자궁경부 세포진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기도 하다. HPV 예방백신은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돼 만 12세 여아부터 무료 접종한다. 청소년기에는 2회만 접종해도 성인이 3회 접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김수현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차까지 접종한 뒤 임신이 확인됐다면 분만 후 3차 접종을 하면 된다”고 했다.

남성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해야 할까. 정답은 ‘그렇다’다. HVP 백신은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항문암과 음경암, 두경부암, 외음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HPV 전파를 막아 자궁경부암 발생을 줄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HPV 백신 필수접종 대상에 남아도 포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여 개국이 HPV 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서구화한 생활습관 및 성문화 등의 영향으로 자궁경부암 감염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최근 예방백신 권고안을 개정하면서 HPV 접종 대상에 9~26세 남성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