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고공행진, 당분간 계속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불행하게도 그의 말이 맞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사실상 연료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발표한 완만한 증산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이 원유 수요를 자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처 혼란도 곧 해소되기 어렵다. 누구도 원치 않는 세계적인 불황만이 향후 1~2년 안에 유가를 낮출 만한 요인이다.

원유뿐만이 아니다.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았다. 유럽으로 가는 석탄 선물 가격은 올 들어 137% 급등했다. 애팔래치아산 석탄의 현물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희망적이다. 유가 급등에 대응해 우리가 수립하는 정책들이 앞으로 10년 후 에너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공급, 기술, 정책을 망라하는 포괄적인 에너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비축유 방출·증산 도움 안돼

공화당이 자주 내세우는 ‘에너지 독립’의 목표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미국은 생산 에너지와 소비 에너지, 원유와 천연가스 등 특정 분야의 생산과 소비 간 산술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의 가격을 결정하는 글로벌 국제 시장에서 자신을 분리할 수 없다. 미국의 화석연료 소비자 가격은 세계적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때만 하락한다. 생산 증가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보다 에너지원 다양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다.

또 다른 핵심 이슈가 있다. 이념적인 사고다. 우파가 기후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과학과 거의 관련이 없다. 그것은 좌파를 상대로 벌이는 문화 전쟁의 일환이다. 반대로 인류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석연료를 빠르게 단계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는 좌파의 믿음도 환상이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제쳐두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화석연료와 다른 에너지원의 새로운 균형을 향해 나아가는 전환기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번 위기를 계기로 이런 가정 아래 비용, 기술, 여론을 고려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은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을 전제조건 없이 재고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석탄이다. 석탄 옹호자들은 허용치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고도 석탄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탄소 포집과 격리 분야의 기술 혁신 덕분이다.

美, 장기 에너지 대책 세워야

전기가 없다면 일상은 멈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정전을 경고하고 나섰다. 장기간 이상 기후와 건설 지연, 전기자동차로의 예상보다 빠른 전환 등이 수십 년간 방치된 전력난을 심화시켰다. 주 규제당국은 부동산 소유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멀리 떨어진 태양광과 풍력발전소에서 대도시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송전선 승인을 미뤘다. 이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는 지정학적 요인이 에너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졌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유럽의 에너지 정책은 세계 곳곳의 에너지 흐름을 재정렬할 것이다. 원유 수요가 높으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독재국가들과 협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이 훨씬 더 높은 기름값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하지 않는 한.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Fuel Prices Aren’t Going Down Soon’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