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BMW·포르쉐도 한땐 소규모 가족 기업이었다
독일에는 가족 단위 사업장으로 출발해 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된 회사가 많다. 자동차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BMW, 폭스바겐, 포르쉐는 소규모 가족기업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5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무역업 광산업 등을 하는 푸거는 510년 전에 설립됐다. 독일의 가족기업은 어떻게 오랜 기간 사랑받고 성장하는 브랜드가 됐을까.

《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는 독일 가족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과 경쟁력에 대해 소개한다.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 명예교수인 요시모리 마사루가 썼다.

한국에선 가족기업, 즉 가족이 지배적 의결권을 갖는 기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독일은 가족기업을 높이 평가한다. 비텐 가족기업연구소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가족기업의 평판은 비가족 기업보다 좋다. 응답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한 경영, 좋은 노동 조건, 고객 및 거래처와의 장기적인 관계’ 등을 높게 평가했다. 독일의 가족기업 비율은 43%에 이른다.

상당수 독일 가족기업은 현재 사업에서 성과를 내면 다른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방식의 성장 전략을 썼다. 푸거는 16세기 직물 생산업으로 시작해 도매무역상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최고 품질의 철강을 생산해온 크루프는 대포 군함 등 무기 제조업으로 다각화했다.

독일 가족기업의 근무 환경은 아주 좋은 편이다. 대부분 연간 유급휴가 24일을 보장하고, 퇴사하면 마지막 월급의 75%를 연금으로 지급한다. 연말에 1개월분 급여를 수당으로 주는 곳도 있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는 데 크루프, 자이스 등 가족기업들이 큰 역할을 했다.

푸거, 크루프, 자이스, 보쉬 등은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사회적 책임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공익재단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며 “재단이 제 역할을 하면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