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고장으로 유명한 독일의 맥주 양조장이 공병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리병 가격이 치솟은 데다 공병 회수율이 낮아져 올해 독일 맥주 생산량이 감소할 거란 전망이 잇따른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맥주 양조업체들이 맥주를 담을 공병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에 풀린 유리병 회수율은 낮아지고 유리병 제조원가가 급등해서다.

독일 정부는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캔보다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장려하는 재활용법을 시행하고 있다. 병당 8유로센트(약 107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한 뒤 유리병을 반환하면 부담금을 돌려주는 정책이다.

공병 회수율은 저조한 상태다. 독일 내 1500여개 양조업체에서 유통한 맥주병은 현재 40억개에 이른다. 독일 재활용법에 따라 맥주를 생산할 때 물량의 80%를 캔맥주 대신 병맥주로 풀어야 해서다. 부족한 수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반환하는 경우가 드물다. 소비자들이 빈 맥주병을 집 한편에 쌓아놓고 있어서다. 독일의 대형 맥주 양조업체인 벨틴스도 공병 회수율은 최대 5%에 불과하다.

양조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들어오는 공병이 없는데 수입 경로도 차단됐다. 독일 맥주 업체들은 주로 우크라이나에서 유리병을 수입해왔다. 전쟁 이후 공급이 끊겼다. 다른 판매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였다. 두 국가에서도 유리병을 수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유리병 생산원가마저 치솟았다. 체코, 프랑스 등에서 유리병을 수입해도 원가가 기존 한 병당 15센트 유로에서 20센트 유로로 급등했다. 천연가스값이 폭등한 탓이다. 유리병을 제조할 때는 고열로 가공하는 공정을 거쳐야 해서 가스값이 생산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독일양조협회는 유리병 가격이 최소 80% 이상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양조협회는 방송과 SNS를 통해 공병 반납 캠페인을 벌이는 실정이다. 공병 회수율을 높이려 보증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유통되는 공병의 규모를 감안하면 회수 절차만 복잡하게 만들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난에 연료비 상승도 겹치며 맥주 가격을 인상하려는 업체도 나타났지만, 맥주 소비가 하락세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 내 맥주 소비량은 1993년보다 24%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소비자들 취향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