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연합훈련 정례화·확대 추진…대북 경고 메시지 성격
中겨냥 규칙기반 질서·우크라 사태도 논의…오스틴, 우크라 무기지원 우회 요청
한미일 국방당국, 北도발에 밀착 가속화…中·러도 견제
수위가 높아져 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한국, 미국, 일본의 국방당국이 가까이 서서 스크럼을 짜고 있다.

불규칙하던 연합훈련을 정례화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고, 앞으로 북한의 행동에 따라 훈련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고 공언하며 대북 공조에 박차를 가했다.

한미일은 북한에 대한 대응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까지 시야를 넓혀
중국에 대응하는 '대중 전선'을 선명하게 그렸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까지 견제하는 행보를 보였다.

◇ 北 미사일 발사·핵실험 준비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11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종섭 장관, 로이드 오스틴 장관,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3국 연합훈련의 정례화와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례화하는 훈련은 미사일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이다.

경보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가정한 일종의 시뮬레이션 훈련이다.

그간 '분기 1회'가 원칙이었지만 때론 건너뛰는 등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고 남북미 화해 분위기의 영향으로 2018년부터는 진행하더라도 비공개 기조였다.

탐지·추적훈련은 미국 주도의 격년제 다국적 해상훈련인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 계기로 열리는 '퍼시픽 드래곤' 훈련으로 역시 불규칙적이었다.

훈련 주기를 정해놓아도 각국이 정치 상황 등에 따라 거르는 일이 생기는 만큼 이번에 정례화를 못 박은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훈련이 지체되거나 불규칙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상황이 엄중하니 계획을 세워서 일정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은 훈련 정례화를 공개적,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체가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가 되리라 보고 있다.

그뿐 아니라 대잠훈련, 대테러훈련, 인도적 재난훈련 등 2018년 이래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중단됐던 3국 연합훈련의 재개 가능성도 회담에서 논의됐다.

3국 병력이 한 장소에 모여 대규모로 실기동하는 개념의 연합군사훈련은 아니더라도 3국간 상호 운용성을 높일 수 있는 훈련들인 만큼 북한의 추가 도발 여하에 따라 훈련 영역을 넓혀나갈 여지를 두기로 한 것이다.

북한은 전날 종료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위권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와 '강대 강'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어 이번 회담 결과에 반발하며 추가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미일은 북한의 반응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과 7차 핵실험 준비 등으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이 바뀌기 전에 한미일이 먼저 바뀔 일은 없다는 기조로 요약된다.

한미일 국방당국, 北도발에 밀착 가속화…中·러도 견제
◇ 한미일, 중국·러시아 상대로도 뭉쳐…'신냉전' 구도 재확인
한미일 협력 강화는 기본적으로 북한 도발에 공조 대응하는 차원이되 궁극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까지 염두에 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도 여겨진다.

이날 한미일 회담은 물론 앞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와 나란히 거론된 다른 큰 줄기는 지역 문제, 즉 중국 사안이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회담에서 인태 지역에서의 현상 유지가 중요함에도 이를 변경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했고,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미 공조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한미일 회담에서도 세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정보 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을 포함한 3국 협력 심화가 중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통상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쓰는 표현이다.

한미, 한미일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문제가 거론된 것은 대중 견제 전선에서 한국과 일본이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미일은 "역내 국방 관련 신뢰 구축을 위한 제도화"가 중요하다면서 그 일례로 한국과 중국이 최근 확장한 군사 직통전화(핫라인)를 꼽았다.

중국과 대립만이 아닌 긴장 완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한미 현안으로 언급됐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어려운 상황이며 무기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이 장관에게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틴 장관이 한국 상황을 고려해 이 장관에 직설적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무기 수급에서 겪는 어려움을 강조해 한국이 이 부분에서도 기여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희망한 것이다.

결국 북한 도발에서 촉발된 한미일 공조 강화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상대하는 모양새로 이어지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재확인된 셈이다.

한미일 국방당국, 北도발에 밀착 가속화…中·러도 견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