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체정원 2년내 10만명 미달 전망…작년 미달 75%는 지방대
지역생태계 성장이 핵심…"지역 균형발전-인재양성 방향 함께 나와야"
첨단학과 수도권-지방 '반반' 증원…예산은 '지방에 더' 검토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관련학과 증원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편중과 지역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에서 비슷한 규모로 증원하는 한편, 지방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등 '지방대 살리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 관련 학과를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에서 비슷한 규모로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수도권과 지방에 비슷한 숫자의 증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구체적인 숫자는 관계 부처 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 없이 현재 대학들이 늘릴 수 있는 첨단학과 정원은 8천명으로 추산된다.

3년간 대학에 자퇴 등으로 생긴 결손인원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21개 첨단 신기술 분야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해 확보한 숫자다.

교육부는 이중에서 수도권 대학이 4천100명, 비수도권 3천900명 정도로 거의 1대 1 비율로 증원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정부는 대학 첨단학과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데 따른 수도권 편중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대에 재정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수도권과 지방대 지원과 관련해 "인원은 비슷하게 늘리고 자원은 지방에 더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내부에서도 나오는 얘기들"이라며 "예를 들어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사업을 한다면 일정 부분 지방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더 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를 열었을 때 (현장 실행 단계에서) 완전히 일치하기는 어렵지만, 지방대 위기 우려 부분이 많이 보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에 대한 재정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최근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 참석해 지역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불리는 '국립대학법' 제정을 추진하고 국립대 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을 대폭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지방 달래기'에도 불균형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으로 지방대는 이미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으며 상황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대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2021학년도 등록자 기준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는 4만여명이었는데 그중 75%가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대학 입학생 수는 10년 전보다 8.2% 줄었는데, 울산(-17.9%), 경남(-16.6%), 전남(-16.4%), 경북(-15.6%), 충남(-15.4%) 등의 감소세가 심각했다.

반면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서울(+0.9%)과 인천(+1.8%)은 오히려 입학생이 늘었다.
첨단학과 수도권-지방 '반반' 증원…예산은 '지방에 더' 검토
교육계는 장래인구추계 등으로 미뤄 2024학년도 대학입학 가능 인원은 37만3천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므로 대학 입학 정원이 현재처럼 47만명으로 유지된다면 미달 인원이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수 확보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의 관건이다.

이는 약간의 재정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방대에 첨단 학과를 증원한다고 해서 충원이 모두 된다는 보장도 없다.

황홍규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사무총장은 "지방 대학은 정원을 늘려도 학생이 많이 안 올 수 있다"며 "지방대학을 선택한 학생에게 장학금이나 기업과의 약정 등 인센티브를 주고, 수도권은 정원을 늘린 만큼 정원 외 모집을 줄여 모집 총량을 그대로 한다면 지방대학의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학 교육과 취업을 분리할 수 없고, 결국 지역 산업·경제와 지역의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지역 생태계 조성과 성장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가장 시급한 전체 고등교육 정원을 어떻게 조정할지, 지역 균형발전은 어떻게 추진할지, 부족한 고등교육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에 대한 정책을 내면서 인재 양성 방향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실제 반도체 인력난이 심한 곳은 중소기업인데 수도권 주요 대학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한다고 그 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가고 거기에 남아 있겠느냐"며 "인력이 부족하니 많이 배출하고 볼 문제가 아니라 배출된 인력이 어느 기업에 어떻게 흡수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