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출신 CEO는 달랐다…BMW, 3년 만에 벤츠 제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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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마침내 자유.’
독일의 양대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쟁 업체면서 서로 협력하기도 하는 두 회사의 관계는 과거 BMW가 내보낸 한 광고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벤츠의 전성기를 이끌던 디터 제체 전 다임러그룹 회장의 2019년 퇴임 직후 그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당시 BMW 광고의 모델로 등판하면서다.
그해 BMW그룹도 새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했다.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전격 경질된 헤럴드 크루거 CEO의 뒤를 이어 취임한 올리버 집세다. 그는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모든 면에서 벤츠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며 벤츠를 추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두 회사의 성적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펀 드라이빙’을 내세워 젊은 층을 공략한 집세의 BMW는 벤츠를 제쳤다. BMW는 지난해 고급차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 6년 만에 세계 1위에 올랐다. BMW 브랜드 차량의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221만 대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5년간 선두를 지켰던 벤츠는 5% 줄어든 205만 대를 파는 데 그치며 BMW에 밀렸다. BMW 외에 미니, 롤스로이스 등 BMW그룹 전체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량도 252만 대를 찍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순이익은 125억유로(약 17조원)에 달했다. 집세가 취임한 원년(2019년)에 비해 150% 급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BMW 역사 106년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칩 부족 사태가 이어진 와중에 BMW가 벤츠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생산파트 총괄직을 맡고 있던 2017년 집세는 생산라인 근로자들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BMW는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 직원에게 영화 아이언맨 캐릭터 모양의 로봇 작업 조끼를 시범적으로 입혔다. 부품 조립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느낀 직원들이 거부하고 나섰다. 그러자 집세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모든 것을 시도해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취임 무렵 한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BMW가 직면한 불확실한 환경에 현명하게 대응하려면 경직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유연성이 핵심 성장 동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뉴3시리즈 모델이 성공할 거라고 예측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전기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점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예측 불가한 영역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알아야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을 재촉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치권을 향해 소신 발언을 했다. 집세는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내연기관 자동차를 내던지라는 것은 편협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기존의 BMW 콘셉트를 선호하는 고객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MW의 강한 내연 엔진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BMW는 최근 선보인 뉴7시리즈 모델 라인에서 차대를 그대로 유지한 채 파워트레인(자동차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부분)만 전기용과 내연용으로 구분했다. FT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략”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사 벤츠가 “2030년까지 시장 상황이 허락되는 지역에서는 전면적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행보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전 BMW CEO는 “집세는 BMW그룹이 미래 모빌리티를 그려 나가는 데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해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독일의 양대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쟁 업체면서 서로 협력하기도 하는 두 회사의 관계는 과거 BMW가 내보낸 한 광고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벤츠의 전성기를 이끌던 디터 제체 전 다임러그룹 회장의 2019년 퇴임 직후 그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당시 BMW 광고의 모델로 등판하면서다.
그해 BMW그룹도 새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했다.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전격 경질된 헤럴드 크루거 CEO의 뒤를 이어 취임한 올리버 집세다. 그는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모든 면에서 벤츠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며 벤츠를 추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두 회사의 성적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벤츠 제치고 판매 1위로
2019년 BMW 광고에서 벤츠 S클래스를 타고 다임러그룹 빌딩을 떠난 제체 전 회장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차고에 숨겨둔 BMW의 슈퍼카 모델 i8에 올라탄다. 그리곤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며 즐거워한다. BMW가 추구하는 자유롭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다.‘펀 드라이빙’을 내세워 젊은 층을 공략한 집세의 BMW는 벤츠를 제쳤다. BMW는 지난해 고급차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 6년 만에 세계 1위에 올랐다. BMW 브랜드 차량의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221만 대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5년간 선두를 지켰던 벤츠는 5% 줄어든 205만 대를 파는 데 그치며 BMW에 밀렸다. BMW 외에 미니, 롤스로이스 등 BMW그룹 전체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량도 252만 대를 찍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순이익은 125억유로(약 17조원)에 달했다. 집세가 취임한 원년(2019년)에 비해 150% 급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BMW 역사 106년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칩 부족 사태가 이어진 와중에 BMW가 벤츠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유연성 내세운 평사원 출신
집세는 BMW 평사원 출신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태생인 그는 미국 유타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모국으로 돌아온 뒤로는 기계공학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BMW의 견습사원으로 입사해 여러 부서를 두루 거쳤다. 공대 출신이지만 생산 외에도 제품 개발, 기획전략, 영업 등에서도 일한 경험은 그가 훗날 회사를 유연하게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생산파트 총괄직을 맡고 있던 2017년 집세는 생산라인 근로자들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BMW는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 직원에게 영화 아이언맨 캐릭터 모양의 로봇 작업 조끼를 시범적으로 입혔다. 부품 조립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느낀 직원들이 거부하고 나섰다. 그러자 집세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모든 것을 시도해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취임 무렵 한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BMW가 직면한 불확실한 환경에 현명하게 대응하려면 경직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유연성이 핵심 성장 동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뉴3시리즈 모델이 성공할 거라고 예측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전기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점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예측 불가한 영역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알아야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할 말은 하는 CEO
집세가 2019년 말 한 자동차 서밋 행사에서 “미래 환경을 생각하면 대도시에서는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자동차 제조사 사장이 할 만한 발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집세는 자칫 자동차 판매 대수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미 대중교통 인프라가 훌륭히 갖춰져 있는 전 세계 대도시들을 예로 든 것일 뿐”이라며 “어느 나라든 도심 외곽과 지방에서는 여전히 자동차 수요가 많다”고 했다.그는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을 재촉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치권을 향해 소신 발언을 했다. 집세는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내연기관 자동차를 내던지라는 것은 편협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기존의 BMW 콘셉트를 선호하는 고객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MW의 강한 내연 엔진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BMW는 최근 선보인 뉴7시리즈 모델 라인에서 차대를 그대로 유지한 채 파워트레인(자동차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부분)만 전기용과 내연용으로 구분했다. FT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략”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사 벤츠가 “2030년까지 시장 상황이 허락되는 지역에서는 전면적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행보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전 BMW CEO는 “집세는 BMW그룹이 미래 모빌리티를 그려 나가는 데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해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