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택·임대아파트 등 거주 "잊혀질 까 두려워…투명한 행정 바란다"
여름 맞아 활기 되찾은 관광지 '북적'…산림엔 화마 할퀸 자국 '뚜렷'
[동해안산불 100일] ③ 낯선 집이 어색한 이재민들 "그래도 일어서야죠"
지난 3월 강원과 경북 산림 곳곳에 기록적인 피해를 준 동해안 산불 발생 100일째인 12일 오전 하늘에서 바라본 동해시 일원의 숲은 여름이 되자 화마의 흔적이 더 짙어졌다.

화마가 휩쓸고 간 산림은 호랑이 무늬처럼 검고 누렇게 변했지만, 불길은 피해 살아남은 나무들은 녹음이 짙어져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뤘기 때문이다.

시선을 하늘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리자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자 애쓰는 이재민들의 삶이 보였다.

[동해안산불 100일] ③ 낯선 집이 어색한 이재민들 "그래도 일어서야죠"
"잠에서 깨 비몽사몽 걷다 보면 아직도 옛날 집에 있는 듯 행동하다 넘어지곤 합니다.

임시주택에 2개월 넘게 지내도 아직 천장이 낯설어요.

그래도 내 집을 다시 짓겠다는 희망으로 다시 일어섭니다.

"
조상 대대로 살던 집을 불길에 통째로 잃어버린 뒤 황망함을 토로했던 동해시 심곡마을 주민 김재근(62)씨는 오랜만에 만난 기자에게 이제 한탄 대신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김씨를 만나러 심곡으로 들어가는 길에 새로 터를 닦고 신축에 들어간 주택들이 간간이 보였다.

산불 피해민 중 피해를 빨리 증명해 보상이 이뤄진 주민들이 새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만 많은 이재민이 당장 새집을 짓고자 하지만 갑자기 집을 잃었고 건축을 해본 적이 없어 측량부터 도면, 설계 등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김씨는 이재민들의 궁금한 점과 어려움 등을 담당 공무원에게 일일이 요구하는 것이 무리가 있고 효율도 떨어진다 여겨 단톡방을 운영, 이 같은 점을 공유하고 한꺼번에 시청에 문의하고 있다.

[동해안산불 100일] ③ 낯선 집이 어색한 이재민들 "그래도 일어서야죠"
그는 "이재민이 각자 느끼는 어려움과 요구가 다르지만, 행정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한다면 서로가 참을 수 있다"며 "점차 잊힌다는 생각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투명한 행정을 펼쳐 달라"고 바랐다.

도에 따르면 지난 화재로 도내에서 80세대 12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동해가 73세대 112명으로 가장 많았다.

도는 51세대 79명에게 임시 조립주택을 제공했고, 23세대 38명에게는 임대주택에서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료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재민들의 주택 복구와 관련해서는 50㎡를 기준으로 건축비 9천만 원을 정액 지원할 계획이다.

동해시 주요 관광지인 묵호항 일원은 휴일을 맞아 관광객 발걸음과 차량으로 북적여 산불의 아픔은 거의 잊힌 듯했다.

[동해안산불 100일] ③ 낯선 집이 어색한 이재민들 "그래도 일어서야죠"
다만 100일 전 묵호진동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타던 유명 카페는 아직 불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그날의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묵호항 일원은 차들로 북적였고 공영주차장도 대형 버스와 관광객 차량으로 가득했다.

유명 식당과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식사와 차를 즐기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이들 중에는 착한 소비로 산불 피해 소상공인을 도우려는 관광객도 있었다.

연인과 함께 유명 카페를 찾은 최무영(27·서울 광진구)씨는 "산불 피해지역 소상공인 업소의 영수증을 지참하면 공연 티켓을 할인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동해를 찾았다"며 "여자친구가 국카스텐을 좋아해서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동해안산불 100일] ③ 낯선 집이 어색한 이재민들 "그래도 일어서야죠"
도와 강릉시는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강릉·동해·삼척의 소상공인 업소에서 사용한 영수증을 관람권으로 바꿔주는 '강원도 상생 영수증 콘서트'를 이달 18∼1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연다.

18일 공연은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장마철을 앞두고 산불 발생 지역에서 산사태 등 2차 피해지역을 막기 위한 작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마을 앞으로 마상천이 흐르는 동해 만우동 일원의 산불 피해 산림에서는 흙이 비바람에 무너져 떠내려가는 것을 막는 사방 작업과 재나 그을음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작업이 이뤄졌다.

동해시 관계자는 "16억 원을 들여 산불 피해 20개소에 5.9㏊ 규모의 산지사방 사업과 약 1㎞ 길이의 계류 보전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장마가 오기 전 시공을 마쳐 산사태 등 피해가 없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동해안산불 100일] ③ 낯선 집이 어색한 이재민들 "그래도 일어서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