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선 저물어가는 내연기관차 시대를 지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가장 앞장서서 전기자동차 전환을 경계하고 나선 건 BMW다. 도요타, 스텔란티스 등도 100% 전기차 전환에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은 中에 유리"…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고'
이들이 선진국들의 ‘전기차 중심 정책’에 반기를 드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선진국들의 전기차 올인 베팅은 전기차용 배터리 원자재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산업이 중국에 지나치게 휘둘리게 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배터리 핵심 재료인 니켈·리튬·코발트 등의 생산과 가공을 장악하고 있다. 압도적인 자원 생산량을 무기로 CATL, BYD 등 중국 기업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 CATL의 점유율은 32.6%에 달했다. 5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삼성SDI의 각형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해온 BMW는 지난달 CATL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원통형 전지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도 힘을 보탰다. 그는 “자동차업계가 각국의 탄소배출 규제 때문에 전기화에 매진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이 속도대로면 배터리와 원자재가 이르면 2년 안에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배터리값이 폭등하면 각국 정부의 기대만큼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요타도 “전기차 전환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며 “내연기관차 생산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전기차 전환 후발주자들의 볼멘소리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부터 전기차 제조사로 출발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리튬과 같은 필수 광물의 매장량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다”며 “원석을 배터리로 만드는 공정 설비만 확보하면 ‘품귀 우려’는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