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영어 죽어라 공부하라'는 창업자의 조언
지난주 강원 강릉에서 스타트업, 벤처투자자, 대기업,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가 2년 만에 열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스타트업 관계자 300여 명이 모여 국내 벤처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인물은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다. 안 대표는 이른바 ‘아자르 신화’를 쓰면서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명해졌다. 하이퍼커넥트는 영상 채팅 앱 아자르의 성공으로 지난해 미국 매치그룹에 17억25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인수됐다.

안 대표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란 주제 발표에서 거창한 경영 전략을 소개하는 대신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을 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게 영어”라며 “만약 세계 시장에 관심 있는 창업자라면 영어는 죽어라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하이퍼커넥트 창업팀이 모두 비유학파, 엔지니어 출신으로 글로벌 경험이 없고 영어를 못했던 게 너무 뼈아프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로부터 ‘샘(Sam·자신의 영어 이름)’이 영어를 잘했다면 회사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란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솔직한 심정에 고개를 끄덕이는 창업자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을 세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넘어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넘보고 있는 정세주 대표도 비슷한 말을 한다. 정 대표는 “영어를 못한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며 정말 눈물 나게 공부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글로벌 시장의 다양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자르 서비스는 남성에겐 여성을, 여성에겐 남성을 매칭해주는 방식의 ‘프리미엄’이란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다양한 성 정체성이 있고, 문화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간과한 실수였다고 했다.

그는 또 경영 계획을 짤 때는 반드시 실패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퍼커넥트가 돈이 급하지 않을 때도 투자를 유치한 것은 ‘비상금’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하이퍼커넥트의 아자르는 230개국 19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만 5억4000만 회를 넘어섰다. 국가·언어·성별을 넘어 글로벌 서비스가 됐다. 영어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안 대표의 조언을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국내 교육계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