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中지리차 업고 부산 공장 정상화"
“대주주인 르노그룹과 2대 주주인 중국 지리자동차를 좌우에 두고 신차 프로젝트 성공과 생산량 정상화에 나서겠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대표(49·사진)가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르노코리아 부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3월 1일 취임한 그는 대표로서 임기 100일을 막 넘겼지만 그새 굵직한 이벤트를 여럿 처리했다. 우선 삼성과의 브랜드 사용 계약이 지난해 8월 만료되면서 올해 3월 사명을 르노삼성에서 르노코리아로 바꿨다. 지난달엔 신차 개발에서 협력하고 있던 중국 지리차가 증자를 통해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확보했다.

드블레즈 대표는 지리차의 투자에 대해 “기존 회사 가치가 100이었다면, 증자를 통해 130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브랜드의 국내 우회 진출 논란을 의식한 듯 지리차의 경영 간섭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절대로, 절대로(never, never) 지리차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르노코리아의 사업 방향을 정하는 것은 르노그룹과 르노코리아 경영진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리가 기존에 맺은 볼보, 다임러와의 파트너십 또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리차가 대주주인) 볼보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보다 크고 매력적인 신차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르노그룹의 차량은 소형·준중형이 많아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드블레즈 대표는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기아의 대항마가 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대차·기아 차종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볼보의 CMA 플랫폼을 활용한 신차를 디자인해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를 통해 지상과제인 부산공장 정상화에 나선다. 르노코리아의 연 생산량은 닛산의 SUV 로그를 수탁생산하던 2015~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7년 26만4037대에서 지난해 12만8328대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80억원이었다. 드블레즈 대표는 “신차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내수용으로만 15만 대를 생산하고, 수출 물량을 더해 최대 생산 규모인 연 25만~30만 대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생산은 2026년을 목표로 본사와 협의 중이다. 드블레즈 대표는 “한국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6년 20%가 될 것이고, 이때가 전기차를 생산할 적기”라며 “이달 21일 르노그룹 회장에게 사업보고를 해 이런 전략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앞으로 수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XM3 하이브리드를 연내 출시하는 등 하이브리드를 전면 배치한 다음 전기차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생산할 경우 새 공장 건설보다는 부산공장의 기존 라인을 변경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용인=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