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환 카르도 대표 "발행사 맘대로 코인 찍어선 안 돼"
“코인 발행업체가 공지도 없이 암호화폐를 임의로 발행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암호화폐 수탁업체 카르도의 손경환 대표(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거래소에 상장할 때 모든 물량을 수탁업체에 넘기고 사전에 협의된 물량만 발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루나 폭락 사태의 원인이 사전 공지 없이 임의 발행이 가능한 구조에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손 대표는 민·관을 두루 거친 암호화폐산업 전문가다. KAIST 수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금융감독원으로 자리를 옮겨 8년간 디지털·은행검사 업무를 맡았다. 이후 KAIST 인공지능(AI) 박사과정을 밟다가 올초 카르도에 합류했다.

카르도와 같은 수탁업체는 암호화폐 발행업체나 거래소가 보유한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금고’ 역할을 한다. 코인 발행사는 거래소 상장 과정에서 수탁업체에 모든 물량을 맡기고 수탁업체가 이를 관리하면 시세 조종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사전에 코인 발행사로부터 물량 유통 계획서를 받는다”며 “계획서에 맞춰 코인을 발행하고 수탁업체가 관리하면 안전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카르도는 암호화폐가 보관된 일종의 금고 열쇠를 발행사와 나눠 갖는 식으로 암호화폐 물량을 관리한다. 카르도와 코인 발행사가 결탁하지 않는 한 암호화폐 임의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손 대표는 “입금은 자유롭지만 출금은 카르도와 발행사가 함께 관리한다”며 “사전에 약속한 일정대로만 정해진 물량에 맞춰 출금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소가 예탁과 청산 등 대부분의 기능을 독점하고 있는 암호화폐산업 구조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 대표는 “거래소의 독점적인 기능을 나누면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거래가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수탁업체가 발행 물량 등 유통 경로를 관리하면 자금세탁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