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대회의 갤러리 문화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12일 경남 양산 에이원CC(파71)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에서다.

사건은 전날 3라운드에서 벌어졌다.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던 김비오(32)가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하려는 순간 갤러리 쪽에서 카메라 촬영 소리가 났다. 선수들이 샷하는 순간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을 어긴 것. 주변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 이 장면은 김비오의 다음 샷 순간에도 거듭됐다. 유독 김비오의 스윙 순간에만 이어진 선을 넘는 비매너였다.

김비오는 심리적으로 동요되지 않고 침착하게 파 세이브를 했지만 그의 캐디가 결국 한 갤러리를 향해 “계속 이러시면 어떻게 하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자 김비오는 그를 말리며 갤러리를 향해 “샷할 때만 좀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뒤 캐디와 함께 다음 홀로 향했다.

이날 해프닝은 김비오를 향한 악의적인 행동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김비오는 3년 전 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징계의 이유는 당시 한 갤러리 무리가 그를 따라다니며 플레이 순간마다 셔터 소음을 냈고, 김비오가 적절치 못한 감정적 행동으로 응수했다는 것. 그 결과 그는 3년 출전정지(이후 1년으로 감면) 처분을 받았다. 최근까지 경기에서 우승하고도 마음껏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 정도로 긴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 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갤러리를 다시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대회마다 갤러리 관람 매너를 둘러싼 크고 작은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준결승전에서는 한 갤러리의 돌발 행동이 선수들 부모 간 싸움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고 응원전을 펼치는 팬 문화도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모 선수의 팬덤 분위기가 유난스러워 같은 조에서 경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선수가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3년 만에 갤러리 입장이 재개되면서 그간 억눌렸던 관람 욕구가 터져 나와 아직은 진통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선수들이 ‘팬들에게 매너 있는 갤러리 문화를 지켜달라’고 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