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 시계산업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보복소비 열풍이 스위스산 명품 시계로 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복소비 늘자…스위스 시계 제조사 '함박웃음'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시계산업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시계 제조사 매출은 212억스위스프랑(약 27조4656억원)으로 전년보다 31.6% 증가했다. 연간 기준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스위스 시계산업연맹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진정되면서 지난해 세계적으로 사치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치솟는 이른바 보복소비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의 매출은 전년보다 27.3% 급감한 161억스위스프랑으로 쪼그라들었다가 지난해 바로 회복세로 돌아선 셈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시계산업 매출의 61%가 오데마피게, 파텍필립, 리차드밀, 롤렉스 등 고가 브랜드 기업에 집중됐다.

세계인의 스위스 시계 사랑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연맹은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고 잠정 집계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스위스 시계산업은 올해 또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명품 시계 선호심리가 두드러지면서 스위스 시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세계에서 팔린 스위스 시계는 모두 1570만 개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시계 시장의 양극화를 반영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플워치 등 스마트워치의 등장으로 중저가 시계 수요는 줄어들어 전체 판매량이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명품 시계의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 시계회사 브라이틀링의 조르주 컨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시계는 기계가 아니라 보석 취급을 받고 있는 수집의 대상”이라며 “애플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수집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명품 시계 열풍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브라이틀링 등 시계회사들은 최고가 모델을 늘리고 있다. 명품회사 에르메스도 부유층을 겨냥한 수십만달러짜리 시계를 내놨다.

명품 시계 열풍이 스위스 시계산업에 호재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가 시계에 집중하면 수요층이 얇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명품 시계를 주력으로 하지 않는 중저가 브랜드 기업이 줄도산할 가능성도 커진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현재 약 350개로 추산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