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과 더불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육류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육류가격지수는 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손 부족과 사료값 가격 상승으로 농장 운영에 부담을 느낀 축산 농가가 사육두수를 줄이면서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5월) 육류가격지수가 122.0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121.4) 대비 0.6포인트 오른 것으로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 3월 종전 최고치였던 2014년 8월(119.2) 기록을 경신한 뒤 석 달 연속 기록을 새로 썼다. 육류가격지수는 2014~2016년 세계 평균 육류가격을 ‘100’으로 놓고 현재의 육류가격을 산출한 것이다. 특히 가격이 많이 오른 소고기의 지난달 가격지수는 138.55에 달했다.

가격 상승의 방아쇠를 당긴 건 지난해 하반기 유행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다. 감염자 속출로 물류가 경색되면서 동물용 사료값이 올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육류 가공업 근로자들이 일터에 나오지 못하면서 육가공업체 상당수가 공장 문을 닫거나 가동 용량을 축소한 것도 컸다. 비싼 값을 들여 키우더라도 공장에서 구매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육두수가 줄었다. 일부 농장주들은 팔지 못한 가축을 안락사시키는 상황까지 몰렸다.

기후 문제도 육류 공급난을 키웠다. 라니냐가 가져온 가뭄으로 미국 중서부와 남미에서 사료용 곡물로 쓰이는 옥수수 수확량이 줄자 사료값이 뛰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부셸(27.2㎏)당 옥수수 선물 가격은 작년 말 5달러대에서 지난 4월 8달러대까지 급등했다. 설상가상으로 건조한 날씨로 미국 서부에 산불이 나면서 목초지 면적도 줄었다.

공급난이 이어지자 육류 소비는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닭고기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세계 닭고기 소비량이 98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999년 소비량의 두 배 수준이다. 돼지 사육은 6개월, 소는 1년 이상이 걸리지만 닭은 4~6주면 충분하다. 다른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닭고기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로 지난 2~5월 미국에서 도살된 닭은 3800만 마리에 이른다. 프랑스에선 20마리 중 1마리꼴로 도살됐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과 중국에서까지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한다면 닭고기 공급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