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계오류로 인한 주가 하락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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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손배소 승소
1심 "거짓 회계 피해 책임져라"
"SGC에너지 5400만원 물어줘야"
사측 "바뀐회계 적용한 것" 항소
1심 "거짓 회계 피해 책임져라"
"SGC에너지 5400만원 물어줘야"
사측 "바뀐회계 적용한 것" 항소
상장회사가 재무제표의 회계상 오류를 정정해 주가가 하락했다면 회사가 투자자에게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른 것이 아닌, 오류 수정을 이유로 배상 의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계 기준 변경 등으로 관련 오류 수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소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OCI그룹 계열사인 SGC에너지는 ‘글라스락’ 등 유리용기를 생산하는 삼광글라스와 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이 2020년 11월 합병해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 1조8984억원, 영업이익 1522억원을 올렸다.
김씨는 2017년 11월까지 삼광글라스 주식 2만216주를 10억7536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회사 주가가 2018년 4월 2일 하한가(-29.86%)를 맞은 것을 기점으로 4만원대로 주저앉자 김씨는 1억7858만원 손실을 봤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삼광글라스의 재무제표 기재 오류에서 비롯됐다. 삼광글라스는 2017년 11월 갑자기 재고자산 172억원어치를 폐기하고 손실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2016년 3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7년 215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해당 재무제표와 관련해 2018년 3월 29일 ‘한정의견’을 제출했다. “경영진이 추정한 재고자산의 실현 가능가치가 신뢰할 수 있는지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감사인 한정의견과 관리종목 지정은 주가를 끌어내리는 대표적 악재다. 이 때문에 거래가 재개된 첫날인 2018년 4월 2일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지며 김씨 등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것이다. 이후 삼광글라스는 같은해 11월 관련 재무제표를 정정해 2016년 영업이익은 34억원에서 17억원으로 줄고, 순손실은 20억원에서 34억원으로 커졌다.
원고를 대리한 박종일 법무법인 제이엘 대표변호사는 “검찰 수사와 금감원 조사 등에서 드러나지 않은 회계상 오류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상 주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SGC에너지 관계자는 “강화된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상장회사 대다수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존에 발표한 재무제표를 정정한 상장사는 2019년 24곳에서 2020년 107곳으로 급증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판결이 합병비율과 관련한 법안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원고 측은 “재고자산 가치 평가 문제는 2년 뒤 삼광글라스와 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2020년 3월 삼광글라스가 합병안을 내놓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주주들은 “삼광글라스는 자산가치 대비 낮게 평가된 주가(시가) 기준으로, 오너 2세 지분율이 높은 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은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해 합병가액을 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결국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나 반려하면서 정정을 요구하자 삼광글라스는 합병가액 기준을 시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해 합병을 완료했다.
다만 SGC에너지 측은 “당시는 군장에너지가 합병 대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라며 “재판부에서도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광글라스처럼 합병을 앞둔 상장사 대주주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며 합병가액 기준 변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합병가액 결정 시 주가뿐 아니라 자산·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
회계 오류, 어땠길래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부장판사 강민성)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SGC에너지(옛 삼광글라스) 주주인 김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SGC에너지가 김씨에게 5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9일 판결했다.OCI그룹 계열사인 SGC에너지는 ‘글라스락’ 등 유리용기를 생산하는 삼광글라스와 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이 2020년 11월 합병해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 1조8984억원, 영업이익 1522억원을 올렸다.
김씨는 2017년 11월까지 삼광글라스 주식 2만216주를 10억7536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회사 주가가 2018년 4월 2일 하한가(-29.86%)를 맞은 것을 기점으로 4만원대로 주저앉자 김씨는 1억7858만원 손실을 봤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삼광글라스의 재무제표 기재 오류에서 비롯됐다. 삼광글라스는 2017년 11월 갑자기 재고자산 172억원어치를 폐기하고 손실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2016년 3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7년 215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해당 재무제표와 관련해 2018년 3월 29일 ‘한정의견’을 제출했다. “경영진이 추정한 재고자산의 실현 가능가치가 신뢰할 수 있는지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감사인 한정의견과 관리종목 지정은 주가를 끌어내리는 대표적 악재다. 이 때문에 거래가 재개된 첫날인 2018년 4월 2일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지며 김씨 등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것이다. 이후 삼광글라스는 같은해 11월 관련 재무제표를 정정해 2016년 영업이익은 34억원에서 17억원으로 줄고, 순손실은 20억원에서 34억원으로 커졌다.
“비슷한 사례 늘어날 듯”
김씨는 “중요 사항이 거짓 기재된 사업보고서를 믿고 투자했다가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회사 측은 “재고자산 순실현가치 추정방법이라는 회계정책 변경을 소급적용하는 과정에서 수치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고자산과 영업이익, 순이익 관련 내용의 잘못된 기재는 자본시장법 162조의 ‘중요 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에 해당한다”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류”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유리용기 분야 경쟁 격화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해 사측의 손해배상 책임은 전체 손해액의 30%로 한정했다.원고를 대리한 박종일 법무법인 제이엘 대표변호사는 “검찰 수사와 금감원 조사 등에서 드러나지 않은 회계상 오류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상 주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SGC에너지 관계자는 “강화된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상장회사 대다수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존에 발표한 재무제표를 정정한 상장사는 2019년 24곳에서 2020년 107곳으로 급증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판결이 합병비율과 관련한 법안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원고 측은 “재고자산 가치 평가 문제는 2년 뒤 삼광글라스와 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2020년 3월 삼광글라스가 합병안을 내놓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주주들은 “삼광글라스는 자산가치 대비 낮게 평가된 주가(시가) 기준으로, 오너 2세 지분율이 높은 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은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해 합병가액을 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결국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나 반려하면서 정정을 요구하자 삼광글라스는 합병가액 기준을 시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해 합병을 완료했다.
다만 SGC에너지 측은 “당시는 군장에너지가 합병 대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라며 “재판부에서도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광글라스처럼 합병을 앞둔 상장사 대주주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며 합병가액 기준 변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합병가액 결정 시 주가뿐 아니라 자산·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