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이 미국에 바이오 투자 전용펀드를 조성한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미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에 투자하는 펀드다. K바이오의 미국 진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V인베스트먼트는 미국에 1억달러(약 1280억원) 규모의 바이오 투자 전용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와 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투자금 유치 작업을 하고 있다. ‘토종’ 벤처캐피털이 제약·바이오 분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독자적으로 바이오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V인베스트먼트의 구상은 이렇다. 미국에 신설 법인을 세우고, 여기에 국내 바이오벤처가 발굴한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다. 신설 법인이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인건비 등에 펀드 자금을 활용한다. 유망 후보물질을 보유한 이 회사를 기업공개(IPO)하거나 인수합병(M&A)시키는 게 목표다. 국내 바이오벤처는 이 펀드 자금으로 미국 진출이 가능해지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SV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 시장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짜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한국투자파트너스도 한국과 미국의 바이오·정보기술(IT)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골고루 투자금을 유치해 두 나라의 바이오벤처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미국에 국내 바이오벤처가 진출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이선아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