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은행 기능 중 틈새 찾아
기회 잡은 핀테크 스타트업처럼
코로나로 원격근무 보편화되며
HR관련 특화·맞춤 서비스 봇물
하지만 이런 모습은 최근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싱글이 나오면서 듣고 싶은 노래의 음원만 구입할 수 있게 됐고, 특정 콘텐츠를 내세운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케이블TV의 번들은 해체 위기를 맞았다. 이렇게 기존에 하나의 상품이었던 것을 쪼개는 방식을 ‘언번들링(unbundling)’이라고 부른다.
언번들링은 주로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을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버티컬(수직적) 플랫폼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한 분야에 특화되거나 특정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틈새시장을 발견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안데르센호로위츠(a16z)는 언번들링 과정에서 새롭게 열린 시장에 적시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여수신, 송금, 결제, 투자, 자산관리 등 은행 및 금융회사의 다양한 기능을 해체하면서 등장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대표적인 언번들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트라이프(모바일 결제), 렌딩클럽(P2P 대출), 로빈후드(주식 투자) 등 해외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토스, 렌딧 등의 한국 스타트업들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언번들링을 통해 기존의 번들보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거나 경쟁자가 되는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중고 나라’라고 불리는 크레이그스리스트다. 이곳에서 이뤄지던 프리랜서 구인·구직, 대안 숙박 예약, 데이트 상대 탐색이 쪼개져 업워크, 에어비앤비, 틴더 등이 탄생했다. 에어비앤비의 지난해 연 매출은 60억달러에 육박한다. 크레이그스리스트의 여섯 배다.
인적자원(HR) 분야에서도 최근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HR의 디지털화를 앞당긴 것이 촉매 역할을 했다. HR의 일부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통합 인적자본관리(HCM)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SAP, 워크데이, ADP와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언번들링을 거쳐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HR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HR 테크 스타트업 투자가 9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대비 130% 증가한 수치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인력을 채용하고 급여 보상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딜, 리모트는 모두 2019년 설립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구성원의 성과, 웰니스(신체와 정신 건강) 등을 원격으로 관리할 필요가 더욱 부각되면서 이 분야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도 늘어났다. 구성원의 성과와 몰입 관리를 돕는 래티스, 얼라이 등의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얼라이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7600만달러에 인수되기도 했다. 구성원들의 건강 상태를 원격 관리하는 툴을 제공하는 웰독의 누적 투자액은 6500만달러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목표관리부터 다면평가까지 손쉽게 진행하도록 돕는 성과관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레몬베이스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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