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사측 손 들어준 대법…"누적 적자 없어도 '긴박한 경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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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해도 경영 위기를 이유로 근로자를 정리해고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4년 쌍용자동차 이후 8년 만에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정리해고 요건 중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엄격하게 해석해온 법원의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9일 강관 제조사인 넥스틸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넥스틸은 2015년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회계법인에 경영진단을 의뢰했다. 그 결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생산직 근로자 183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이에 회사는 150명(임원 7명 포함)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공고했고, 137명이 희망퇴직했다.
회사는 또 근로자 3명을 추가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 해당 근로자들은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냈고, 중노위는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이에 회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했다. 2심 재판부는 “정리해고를 하는데 필요한 법적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동종업계 대표업체인 아주베스틸 등도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업황이 나빴다”며 “회사 차입금이 2014년 87%에서 2015년 224%로 급증했고, 근로자들도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수긍하는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회사를 대리한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그간 대법원은 사실상 부도 위기가 아닌 이상 정리해고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업 현실을 적극 감안해 경영상 위기 여부를 판단했다는 데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틸의 정리해고 필요성을 인정한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진 ‘정리해고=부당해고’ 분위기를 탈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는 특히 지속적인 적자 누적이 발생하기 전에 인력 감축을 감행한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정리해고에 대해 대법원이 숨을 불어넣은 만큼, 기업들의 경영난 해소에 ‘출구’를 열어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노조 등과 성실하게 협의 등 4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법원은 이 중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했다. 때문에 “사실상 기업이 부도 위기에 빠지지 않는 이상 정리해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전과 달리 ‘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을 넓게 해석했고, 기존 대법원 입장과 결을 같이 한 원심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심은 “이 회사가 단체협약상에서 경영상 해고로 정하고 있는 ‘지속적인 적자 누적’은 없었다”며 “사무실 등의 부동산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데다, 대주주에게 현금배당을 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강관업체 전반이 위기라 동종 업계 대표 업체도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점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 2014년에 비해 급감했고 향후 업황 회복이 예상되지 않은 점 △차입금이 2014년 87%에서 이듬해 224%로 급격히 증가한 점 △근로자들도 노동위 심문회의에서 정리해고 필요성을 수긍한 점 △반드시 지속적인 적자누적 등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원심을 뒤집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소수(3명)인데도 정리해고의 적법성을 인정한 점도 대법원의 입장 변화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심은 “이미 137명의 근로자를 감축했는데 또 인원을 추가 감축해야 할 만큼 경영상 위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남은 정리해고 인원이 적다고 해서 경영상 위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이번 판결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앞서 2020년엔 한화투자증권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결 내린 바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함승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리해고가 도산 회피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감축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9일 강관 제조사인 넥스틸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넥스틸은 2015년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회계법인에 경영진단을 의뢰했다. 그 결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생산직 근로자 183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이에 회사는 150명(임원 7명 포함)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공고했고, 137명이 희망퇴직했다.
회사는 또 근로자 3명을 추가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 해당 근로자들은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냈고, 중노위는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이에 회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했다. 2심 재판부는 “정리해고를 하는데 필요한 법적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동종업계 대표업체인 아주베스틸 등도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업황이 나빴다”며 “회사 차입금이 2014년 87%에서 2015년 224%로 급증했고, 근로자들도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수긍하는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회사를 대리한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그간 대법원은 사실상 부도 위기가 아닌 이상 정리해고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업 현실을 적극 감안해 경영상 위기 여부를 판단했다는 데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틸의 정리해고 필요성을 인정한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진 ‘정리해고=부당해고’ 분위기를 탈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는 특히 지속적인 적자 누적이 발생하기 전에 인력 감축을 감행한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정리해고에 대해 대법원이 숨을 불어넣은 만큼, 기업들의 경영난 해소에 ‘출구’를 열어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노조 등과 성실하게 협의 등 4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법원은 이 중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했다. 때문에 “사실상 기업이 부도 위기에 빠지지 않는 이상 정리해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전과 달리 ‘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을 넓게 해석했고, 기존 대법원 입장과 결을 같이 한 원심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심은 “이 회사가 단체협약상에서 경영상 해고로 정하고 있는 ‘지속적인 적자 누적’은 없었다”며 “사무실 등의 부동산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데다, 대주주에게 현금배당을 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강관업체 전반이 위기라 동종 업계 대표 업체도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점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 2014년에 비해 급감했고 향후 업황 회복이 예상되지 않은 점 △차입금이 2014년 87%에서 이듬해 224%로 급격히 증가한 점 △근로자들도 노동위 심문회의에서 정리해고 필요성을 수긍한 점 △반드시 지속적인 적자누적 등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원심을 뒤집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소수(3명)인데도 정리해고의 적법성을 인정한 점도 대법원의 입장 변화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심은 “이미 137명의 근로자를 감축했는데 또 인원을 추가 감축해야 할 만큼 경영상 위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남은 정리해고 인원이 적다고 해서 경영상 위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이번 판결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앞서 2020년엔 한화투자증권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결 내린 바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함승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리해고가 도산 회피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감축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