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
5800억 들여 생산라인 구축
파나소닉보다 빨리 양산 돌입
기존보다 주행거리 16% 향상
전기차 생산비용 절감에 기여
테슬라 납품 경쟁 '유리한 고지'
年 9GWh 규모 배터리 생산
LG에너지솔루션은 13일 5800억원을 들여 오창 2공장 내 4680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라인을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1500억원을 투자해 오창 1공장 내 2170(지름 21㎜·길이 70㎜) 배터리 라인도 증설한다. 내년 양산할 계획인 4680 배터리에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해 니켈 함량을 85~90%로 높이고, 알루미늄을 첨가한다.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져 공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4680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제품 이전에 나올 수 있는 가장 개선된 형태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양산 중인 2170 배터리에 비해 크기를 키우면서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돼 전기차 주행거리도 16%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 2공장 라인 신설로 확보할 연 9GWh는 전기차 약 1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테슬라 차량 가격(8000만원)에서 4680 배터리 셀이 차지하는 원가 20%를 계산한 뒤 13만 대를 곱하면 단순 계산으로 향후 수주 규모는 연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300조원에 달한다.
통상 배터리 팩 가격이 ㎾h당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시점으로 판단하는데, 4680 배터리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비용은 ㎾h당 105달러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2028년 양산 예정인 데다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많지만, 4680 배터리는 단기간 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2차전지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이지만, 크기를 늘리는 혁신으로 파우치형과 각형에 비해 더 앞선 것으로 꼽힌다. 업계는 테슬라 전기차가 4680 배터리를 탑재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中 CATL과 점유율 격차 줄어들 듯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한 글로벌 배터리 업체 간 기술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테슬라를 고객사로 둔 파나소닉은 미국에 4680 배터리 전용 공장을 2028년 완공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2024년 중 양산이 목표다. 파나소닉은 이달 초 테슬라에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전달했다고 발표했으나 양산 시기는 LG에너지솔루션보다 늦다. 테슬라에 각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만 공급하는 중국 CATL과도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은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현재 지닌 기술력은 LG에너지솔루션보다 현저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삼성SDI는 4680 배터리 개발 단계에 있고,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도 미국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4680 배터리를 양산 중이지만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50%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규/박한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