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행령 통제법', 2019년엔 文정부·민주당이 거부 [오형주의 정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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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주의 '정치 읽어주는 남자'
2019년 민주당 주도 국회 운영위
행정입법 통제 7개 법안 논의
상임위에 시정요구권 부여 법안에
법제처 "행정입법권 침해 우려" 난색
절충안인 '정세균안'으로 현행법 마련
2019년 민주당 주도 국회 운영위
행정입법 통제 7개 법안 논의
상임위에 시정요구권 부여 법안에
법제처 "행정입법권 침해 우려" 난색
절충안인 '정세균안'으로 현행법 마련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제정 등 행정입법을 견제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예고한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정부 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등 시정요구 권한을 부여해 ‘정부완박(정부 입법권 완전 박탈)법’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현행법이 만들어진 20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조 의원안과 똑같은 법안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국회에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입법에 대한 시정요구 대신 검토 의견만을 내도록 한 정세균안을 기초로 절충안이 마련됐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2019년 11월 28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운영개선소위원회를 열고 행정입법 통제 관련 법안을 논의했다. 당시 운영위원장은 이인영 민주당 의원, 소위원장 역시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이었다.
운영위에 올라온 행정입법 통제 관련 법안은 모두 7개였다. 이 중 유승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김태년·송옥주·김철민 민주당 의원 등은 국회 상임위에 정부 행정입법에 대한 시정요구권을 부여하는 취지의 법안을 냈다.
반면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정세균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가 정부에 검토 의견만을 내도록 하되 이를 본회의 의결로 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운영소위에는 법제처 관계자가 출석해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한영수 당시 법제처 법제정책국장은 11월 28일 1차 소위에서 “저희가 보기에는 발의된 법안들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던 쟁점들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부의 재의 요구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뜻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행정입법의 수정·변경 주체가 국회가 아닌 상임위인 경우 국회 전체 의사가 아니라 특정 상임위 의사에 따라 행정입법이 수정·변경되므로 행정입법권 침해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이런 점을 들어 “국회의 부분적인 의사기구인 상임위 의결만으로 국회 전체 의사로 간주할 수 있느냐 문제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국회 전체의 의사로 주시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국회 의견을 행정부가 재량과 자율성을 갖고 판단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해 주시는 방안이 좋겠다”고도 했다. 국회 상임위가 행정입법 수정·변경 권한을 갖는 것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그러자 정양석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령은 자기들이 부처의 장관들이 생산해내면서 국회가 말하는 것은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수용하기 쉽지 않다”고 따졌다.
정 의원은 “부처는 부령이나 총리령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서 국회는 300명 전체의 뜻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오히려 삼권분립을 위배한다고 하면 국회 의사결정에 어떻게 정부가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 굉장히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윤 의원은 “대통령의 행정부와 국회 입법권이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이것이 잘 조율됐으면 한다”며 “원내대표들 간에, 교섭단체 간에 협의를 해서 이번에는 되는 입법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인 29일 2차 소위에서는 운영소위가 제시한 절충안의 윤곽이 나왔다. 임익상 당시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은 “정세균 의원님 안을 중심으로 해서 대안1과 대안2의 차이점을 간략히 보고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안을 기초로 운영위 차원의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운영위 대안은 상임위가 대통령령 또는 총리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검토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장에 제출하도록 했다. 의장이 본회의에 보고서를 보고하면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검토결과를 처리해 이를 정부에 송부하도록 했다. 이는 정 의원안과 사실상 동일한 방안이다.
다만 운영위 대안은 정부가 ‘6개월 이내’ 처리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정 의원안과 달리 ‘지체 없이’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렇게 마련된 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조응천 의원이 이번에 발의를 준비 중인 국회법 개정안에는 상임위의 검토 의견을 국회 본회의 차원에서 의결해 제출하도록 한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19년 민주당 주도로 마련된 절충안은 대부분 폐기되는 셈이다.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국회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행정입법에 대한 검토 역시 전문성을 가진 상임위가 하므로 상임위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그런데 현행법이 만들어진 20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조 의원안과 똑같은 법안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국회에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입법에 대한 시정요구 대신 검토 의견만을 내도록 한 정세균안을 기초로 절충안이 마련됐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2019년 11월 28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운영개선소위원회를 열고 행정입법 통제 관련 법안을 논의했다. 당시 운영위원장은 이인영 민주당 의원, 소위원장 역시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이었다.
운영위에 올라온 행정입법 통제 관련 법안은 모두 7개였다. 이 중 유승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김태년·송옥주·김철민 민주당 의원 등은 국회 상임위에 정부 행정입법에 대한 시정요구권을 부여하는 취지의 법안을 냈다.
반면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정세균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가 정부에 검토 의견만을 내도록 하되 이를 본회의 의결로 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운영소위에는 법제처 관계자가 출석해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한영수 당시 법제처 법제정책국장은 11월 28일 1차 소위에서 “저희가 보기에는 발의된 법안들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던 쟁점들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부의 재의 요구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뜻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행정입법의 수정·변경 주체가 국회가 아닌 상임위인 경우 국회 전체 의사가 아니라 특정 상임위 의사에 따라 행정입법이 수정·변경되므로 행정입법권 침해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이런 점을 들어 “국회의 부분적인 의사기구인 상임위 의결만으로 국회 전체 의사로 간주할 수 있느냐 문제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국회 전체의 의사로 주시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국회 의견을 행정부가 재량과 자율성을 갖고 판단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해 주시는 방안이 좋겠다”고도 했다. 국회 상임위가 행정입법 수정·변경 권한을 갖는 것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그러자 정양석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령은 자기들이 부처의 장관들이 생산해내면서 국회가 말하는 것은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수용하기 쉽지 않다”고 따졌다.
정 의원은 “부처는 부령이나 총리령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서 국회는 300명 전체의 뜻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오히려 삼권분립을 위배한다고 하면 국회 의사결정에 어떻게 정부가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 굉장히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윤 의원은 “대통령의 행정부와 국회 입법권이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이것이 잘 조율됐으면 한다”며 “원내대표들 간에, 교섭단체 간에 협의를 해서 이번에는 되는 입법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인 29일 2차 소위에서는 운영소위가 제시한 절충안의 윤곽이 나왔다. 임익상 당시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은 “정세균 의원님 안을 중심으로 해서 대안1과 대안2의 차이점을 간략히 보고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안을 기초로 운영위 차원의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운영위 대안은 상임위가 대통령령 또는 총리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검토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장에 제출하도록 했다. 의장이 본회의에 보고서를 보고하면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검토결과를 처리해 이를 정부에 송부하도록 했다. 이는 정 의원안과 사실상 동일한 방안이다.
다만 운영위 대안은 정부가 ‘6개월 이내’ 처리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정 의원안과 달리 ‘지체 없이’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렇게 마련된 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조응천 의원이 이번에 발의를 준비 중인 국회법 개정안에는 상임위의 검토 의견을 국회 본회의 차원에서 의결해 제출하도록 한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19년 민주당 주도로 마련된 절충안은 대부분 폐기되는 셈이다.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국회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행정입법에 대한 검토 역시 전문성을 가진 상임위가 하므로 상임위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