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등 비문은 "대의원 반영 비율 줄이도록 조정해야"
수적 우세 친문계는 "조정 가능하나 본질적 변경은 안 돼"
우상호·안규백, 권리당원 투표 비율 조정 가능성 시사 주목
민주 전대 룰 전쟁 심화…대의원·당원 반영 비율 놓고 '밀당'(종합)
우상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며 사실상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8월 말 새 지도부 선출을 목표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급선무로 꼽은 비대위가 일사천리로 4선의 안규백 의원을 전준위원장으로 위촉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벌써 룰 전쟁이 조기에 달아오르고 있다.

핵심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다.

민주당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의 비율로 가중치를 매긴다.

대의원의 영향력이 가장 큰 셈이다.

특히나 지난 대선을 전후해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당원들이 대거 입당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당원의 한 표에 비해 대의원 한 표의 비중은 더 커진 것이다.

대의원의 경우 현역 의원을 비롯한 지역위원장이 임명하는 만큼, 현재 구조는 당내 수적 우위를 점한 친문(친문재인)계에게 다소나마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친명계를 비롯한 비문 진영에서는 지속해서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본질적으로는 민심을 더욱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도 닿아 있다.

박용진 의원은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현재 룰은 30% 내외의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만 전대를 치르게 한다"라며 "국민의힘이 민심과 떨어져 있다가 돌아오게 된 데는 민심 50%를 반영하는 룰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정당이 헌법상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당비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점을 생각하면 '당원 only 주의'는 틀렸다"라며 "오더(order)식 대의원 시대는 옛말"이라고 밝혔다.

반면, 친문계는 수십년 간 당을 지켜 온 대의원의 헌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당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비문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대의원,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중이 지나치게 편중된 부분은 조정 가능하다"면서도 "본질적인 변경은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계파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이날 출범한 비대위와 앞으로 꾸려지게 될 전준위의 결정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애초 전대 룰 변경에 소극적이었던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태도 변화를 시사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은 것도 변수다.

우 위원장은 지난 10일에는 "당이 가진 여러 규칙은 오랜 역사 속에서 정립돼 온 것"이라고 했으나 1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당원 의사 반영률이 너무 낮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전준위원장인 안규백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의원제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표의 등가성 문제는 시대적 흐름과 정신에 맞게 변화할 부분이 있으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의 근간인 대의원들의 권리를 인정하되 투표 반영 비율은 미세하게 조정하는 식의 절충안을 추진할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당 일각에서는 당심과 민심을 조화롭게 반영할 최적의 룰이 필요한지와 무관하게 전대가 임박해서 룰을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엇갈려 (전대를) 목전에 두고 합의하지 않는 한 (룰 변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모적 논란만 생길 수 있으니 중장기 과제로 넘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