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박대출,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중진들이 지난 10일 발의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공개되면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와 경영계, 윤핵관 삼각편대가 정경유착의 포문을 열었다"며 중대재해법 개악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14일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여당 의원들은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충성 경쟁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이 앞서 대표발의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발의 취지에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재해가 발생한 경우 … 과도한 처벌로 인한 선량한 자의 억울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음"이라고 개정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법안은 이런 문제 의식 아래 △법무부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 13조에 따른 기술 또는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중대재해 예방에 한함)고시하고 이를 사업주에게 권고할 수 있고 △고시된 기준에 맞게 적합하게 사업이나 사업장 등이 운용되고 있다면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고 △인증을 받은 경우엔 중대재해법 4조나 5조, 9조의 책임을 위반한 경우라고 해도 형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 밖에 중대재해 위험 감지를 위한 정보통신 시설 설치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인증제 도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증제 도입은 중대재해법 출범 당시부터 경영계의 요구사항이었다.

중대재해법이 모호하고 준수가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정부에서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준수한 기업들은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이번 법안은 이런 경영계 측의 요구 사항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내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인증제도에 대해 "대표적인 안전보건 인증 제도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있지만 지난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붕괴사고에서처럼 일부 기업들은 인증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인증을 추가하는 것은 경영책임자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려고 하려는 구실을 만들어 줄 뿐 실질적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이 고시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 따른 기술 또는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중대재해 예방에 한함)'에 대해서도 "(고시 대상을) 산안법의 일부 작업 등으로 축소해 입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며 "해당 조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경영책임자의 면책 의무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증의 기준이 되는 고시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해서 기업들이 인증을 받기 용이하게 만들고, 결국 형 감면을 받기 쉽게 해준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그밖에 정보통신 시설 설치 규정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노동현장에서 바디캠과 CCTV를 산업재해 예방이 목적이라며 반강제성을 띠고 현장에 배치하고 있으나, 목적과 달리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안전보건과 관련 없는 감시와 통제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를 위해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를 통해 "올해 안에 중대재해법 하위 법령 개정 및 지침·매뉴얼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관계 법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형국을 고려해 중대재해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식은 언급이 없던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중대재해법을 직접적으로 손보겠다는 개정안이 제출된만큼 저항이 거셀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발의 배경을 놓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사전에 환경노동위 의원들이나 전문가 집단과의 사전 공유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