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이 계열사이자 상장사인 에이프로젠메디신을 흡수합병하며 새롭게 출발한다. 이를 통해 외형을 확대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프로젠은 합병을 계기로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의 임상에 속도를 내고, 이를 기반으로 2024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올리며 세계적인 바이오회사로 성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합병…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메디신은 14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했다.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메디신에 흡수합병되는 방식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에이프로젠메디신은 회사명을 에이프로젠으로 변경한다. 합병기일은 다음달 15일이고, 주권 상장 예정일은 8월 5일이다. 두 기업의 자산총액은 5400억원 규모다.

이번 주총에서는 에이프로젠의 모든 등기 임원을 합병회사의 등기임원으로 선임하는 안도 통과됐다. 이승호 에이프로젠 대표(사진)가 새 합병회사의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여 년간 모건스탠리와 노무라증권 등에서 투자은행 전문가로 일했다. 지난해 8월 에이프로젠 대표로 합류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생산법인인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로 전환된다. 에이프로젠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항체의약품을 생산하는 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갖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오송 공장에선 항체의약품을 연간 3000㎏ 생산할 수 있다. 동물세포 배양 방식인 관류식 연속배양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 대표는 “합병 및 자회사 전환 작업을 통해 연구개발(R&D)에서 대규모 생산까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을 갖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대표로 합류한 이후 생산공정 안정화 작업에 주력하며 기반을 닦았다”고 했다.

신약 개발에 ‘속도’

에이프로젠은 생명공학기술 및 동물세포 대량 배양 기술을 기반으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을 개발 및 생산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 2017년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상용화했으며 일본 니치이코제약에 글로벌 판권을 넘겼다. 2019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국내 11번째 유니콘기업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바이오 분야 1호 유니콘기업이 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파이프라인으로는 레미케이드와 허셉틴, 리툭산, 휴미라, 아바스틴 등 5종에 대한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퇴행성관절염 이중융합수용체 치료제와 삼중음성유방암 항체치료제, 급성백혈병 이중항체 치료제, 대식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항암 융합항체 치료제 등 4종류의 바이오신약도 개발 중이다.

합병을 계기로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며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전략적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 유방암 항체치료제는 이달 말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는 기술 이전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에이프로젠이 263억원, 에이프로젠메디신은 1412억원이었다. 2024년부터는 매출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종합 바이오회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정기적인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주요 성과에 대한 주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