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앤컴퍼니의 유현재(왼쪽)·전재현 공동대표.
천명앤컴퍼니의 유현재(왼쪽)·전재현 공동대표.
중대한 결정을 앞두거나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을 때, 우리는 ‘점집’의 문을 두드린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정답에 조금이나마 가까운 ‘해답’이라도 찾기 위해서다. 인간의 ‘점치기’ 본능을 비즈니스화하겠다고 나선 용감한 청년들이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에서 투자받아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점술 플랫폼 ‘천명’의 유현재·전재현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이들은 “점술계의 유니콘, 점술계의 딜리버리히어로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994년생 동갑내기인 두 대표는 고려대 프로그래밍 학회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만났다. 이들은 “업계에서 1등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해 증권사 리포트가 없는 분야를 뒤졌고 그중 점술에서 사업적 가능성을 봤다.

하지만 2020년 창업 당시 데이터가 전무했던 점술은 시장 규모는 고사하고 상호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극도의 음지 산업이었다. 소비자 피해가 있어도 마땅한 구제기관조차 없었다. 유 대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제가 고3 때 어머니가 저를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 하셔서 3000만원을 들여 굿을 하려 했지만, 무속인이 돈만 받고 연락을 끊었다”며 “그때부터 이 시장에 피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를 본 경험에서 오히려 기회를 발견했고, 점술 창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천명은 시장 규모부터 직접 조사하며 업계의 표준을 만들어갔다. 앱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일일이 설문조사를 했다.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신점, 사주, 타로 상담을 몇 명이 이용해봤는지, 연평균 이용 횟수는 얼마인지, 평균 단가는 얼마인지 조사했다. 점술 상담을 주로 이용할 만한 20~69세 인구를 곱해 시장 규모를 추산했다. 이를 통해 파악한 국내 점술인은 4만1000명 정도. 점술인 1명이 점집 1개를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점집 수가 편의점 수와 맞먹을 정도로 많다는 얘기다.

점술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면 우수한 점술가를 유치하고 서비스를 유지하는 게 숙제다. 천명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점술인의 비율은 40% 정도다. 나머지 60%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했다. 전 대표는 “점술가를 찾아 전화하고 점술인이 주로 쓰는 ‘도사폰’ 같은 앱에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입점한 뒤 사람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며 “산길에 있는 수백 개 굿당(굿 행사 같은 것을 할 때 대관 장소)을 돌아다니며 천명 로고가 박힌 라이터를 공급해 브랜드를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2026년까지 1조원 남짓 대면 시장의 수요를 모두 끌어오는 게 목표다. 소비자들이 모두 천명의 플랫폼을 거쳐 예약과 상담을 하도록 이끌겠다는 각오다. 두 대표는 “요식업계의 미쉐린 가이드처럼 ‘천명’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파편화한 점술 시장을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은/김종우 기자

◆ 인터뷰 전문은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hankyung.com/geek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