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강관제조 기업 넥스틸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정리해고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 중 노사 양쪽의 주된 쟁점이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해 대법원이 전향적 관점에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속적 영업적자 상태가 아니어도 ‘경영 위기’라는 진단과 함께 인력 감축이 가능해졌다.

넥스틸 정리해고 송사는 이 회사가 2015년 회계법인에 경영진단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외부 전문가 판단은 ‘유동성 위기에 처했으니 생산직 183명을 구조조정하라’였다. 회사는 희망퇴직 위주로 임원 7명을 포함해 140명을 정리했다. 이 중 일부가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했고, 1·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오간 끝에 대법원에서 회사가 승소한 사안이다.

이로써 그간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지던 ‘정리해고=부당해고’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융통성 있게, 제대로 인정한 결과다. 법원 판단이 이토록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법부에 만연한 ‘언더도그마(약자는 선하다) 현상’과 ‘노동자·노조=약자’라는 과거 산업화 초기부터의 관념에서 탈피한 의미 있는 새 사례다.

차제에 과도한 고용 경직성의 폐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도 위기에 처하지 않는 한 근로자를 내보낼 수 없을 정도의 경직성은 역설적으로 근로자가 한 직장에 모든 것을 걸게 하면서 재취업 시장을 죽여 버렸다. 정리해고의 문을 열어두며 재취업 시장도 활성화하는 게 정석이다. 그렇게 기업이 살아남아야 근로자도 산다. 정리해고 근로자가 훗날 복직한 것은 8년 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때도 경험한 바다.

더 나아가 한국 기업이 처한 ‘사법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이번 판결이 일깨워줬다.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이 부당해고로 몰린 지난 7년간 넥스틸이 지불한 대가는 장기간의 소송비용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과도한 시행 조건만 아니었다면 정리해고는 애초 법원으로 갈 사안도 아니었다. 시행 5개월 만에 개정 논의가 시작된 중대재해처벌법만 해도 한국 기업이 직면한 무서운 사법 리스크다. 처벌 일변도의 이런 경직된 규제가 고용·노동·안전·환경에 걸쳐 널렸다. 경제위기는 역설적으로 해묵은 규제 혁파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