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약 41년 만에 최고치인 8.6%를 기록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폭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다. Fed가 지난달 초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나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자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5일 Fed가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95%를 넘어섰다. 이 경우 미국 정책금리 상단은 연 1.75%로 한국 기준금리와 같아진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연내 2.75%까지 높아지고, 대출 금리도 연 7%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한·미 간 금리 격차 축소에 국내에서도 고조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할 때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진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진단도 옳다. 문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가계부채 부담이다. 올 들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1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859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더 내야 할 이자가 연간 13조원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서울에서 ‘국민 주택형’인 전용 84㎡ 아파트를 대출로 산 사람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300만원에 육박한다는 민간 조사 결과도 있다. 가구 월평균 실소득의 약 70%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임계점에 다다른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에 불을 댕길 수 있다. 폭탄이 터지면 금융 부실과 부동산시장 폭락 등 예상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닥친다. 한은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집값이 폭락하고 경제성장률이 -3%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Fed를 무조건 추종하기보다 가계부채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은 경제 여건 자체가 다르다”며 “현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면 가계를 파탄으로 몰아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정책 수장으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담긴 조언인 만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