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로 불린 세계 증시 동반 추락의 여파가 만만찮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이틀간 1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코스닥지수 하락폭도 46포인트에 달했다. 미국 S&P500지수가 전고점(지난 1월 3일) 대비 21% 이상 떨어져 약세장(베어마켓) 공식 진입을 알려 한국 증시라고 별 수 없었다.

이번 세계 증시 급락은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의 최대 상승폭(8.6%)을 기록한 게 직접적 계기였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혼란 등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빠르게 몰고 올 것이란 우려가 더 근본적이다.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에 걸친 세계적 양적완화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장기 유동성 파티의 계산서를 받아들고 있다는 것이 맞다.

금융위기발(發) 양적완화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2013년 말까지 총 4조3000억달러를 풀며 종결되는 듯했으나, 이후 남유럽 재정위기와 코로나 위기까지 근 10년간 이어졌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의 재정지출만 해도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무려 10조6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렇게 풀린 돈이 기업들의 생산 활동보다 금융투자 시장으로 주로 흘러들어가면서 주식 부동산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까지 거대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미국 다우지수는 2009년 3월 7200대에서 작년 36,000까지 5배,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1500대에서 15,000대로 10배 뛰었다. 코스피지수도 930대에서 작년 6월 3300선으로 치솟았다. 이렇게 산처럼 튀어오른 주가가 양적긴축과 금리 급등기에 본격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그 골도 깊을 수밖에 없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세계 증시 동반 하락과 가상자산 등 자산가격 거품 붕괴다.

현재 어떤 전문가도 자산시장의 향방을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환경이다.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와야 주가가 반등을 시작할 텐데,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경기가 내년부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형국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오랜 역사는 탐욕과 공포가 교차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과열 상승장에 무분별하게 올라타는 것이 비이성적인 것처럼 급락장에 무작정 투매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