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 화물연대 총파업이 극적인 타결로 마침표를 찍었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8일 만이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건 지난 2일. 올해 말 일몰이 다가오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여부를 논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이번 안전운임제 폐지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화물연대는 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였다. 양측은 10~12일 3일 연속으로 2차, 3차, 4차 교섭을 벌였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 4차 교섭은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국토부가 합의 내용을 뒤엎으며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전운임제가 결국 화물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제에 가까운 거 아니겠나”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열어놓고 계속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일몰제 시한 연장에 크게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몰제 연장에 동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파업을 해결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어떻게든 파업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야당도 일몰제 연장을 촉구했다. 12일 4차 교섭이 결렬된 이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해 안전운임제 등 입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정부와 여당을 재촉했다.

정치권의 개입은 화물연대를 움직이기 충분했다. 화물연대는 파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내부 동력이 줄어들며 출구전략이 시급했다. 소식통은 “파업 장기화는 대열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기에 화물연대는 당장은 일몰 기간을 연장하고 추후 일몰제 폐지를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출구전략을 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5차 교섭이 14일 밤 열렸고 협상은 타결됐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막대한 피해를 안긴 이번 파업의 책임을 놓고 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에 대한 ‘반쪽 합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밤 협상 타결 직후 화물연대는 즉각 타결 내용을 발표했으나, 국토부 관계자들은 발표 없이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