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공식화된 75bp 인상…블랙록 "저가매수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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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시장을 뒤흔든 '5월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폭락'에 따른 여파는 아시아, 유럽 시장을 돌아 13일(미 동부 시간) 다시 뉴욕 금융시장을 덮쳤습니다. 달러, 유가 빼고는 내리지 않은 자산이 없었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경고한 '허리케인'이 온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피크를 친 줄 알았던 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게 확인됐고, 묶여있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도 상승(미시간대 조사 5월 3.0%→6월 3.3%)하자 Fed의 긴축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훨씬 더 강해진 탓입니다. 더 높은 물가, 더 강한 긴축, 더 커진 침체 우려에 맞춰 시장 가격이 급하게 재조정되고 있는 것이죠.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가장 큰 문제는 금요일 인플레이션 수치였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공급망이 개선되고 Fed의 긴축 기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느낌이었다. 중국도 완전히 경제 재개의 길로 들어서는 듯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가정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의문시되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시장은 CPI가 9.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8월 이전엔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은 Fed가 9월까지 기준금리를 175bp 올리는 데 베팅하고 있습니다. 6, 7, 9월 중 한 번은 75bp를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금요일 바클레이즈, 제프리스에 이어 이날 오후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6월 75bp 인상 예상에 동참했습니다. 덩달아 시장의 올해 말 기준금리에 대한 예상도 3.4%까지 높아졌습니다. 지난 5월 말 예상치 2.6%보다 급등한 것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날 아침 1~2%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오전 11시 11분께 S&P500 지수는 3.8%, 나스닥은 4.5%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소폭 반등하는 등 약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넘어 또 한 번의 급락세가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Fed가 이번 주 회의에서 75bp 인상을 고려할 것 같다"(Fed Likely to Consider 0.75-Percentage-Point Rate Rise This Week)라는 기사를 내보낸 직후입니다. 'Fed의 인사이더'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쓴 이 기사는 "최근 연이은 불안한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Fed 위원들이 이번 주 예상보다 더 큰 75bp 인상을 통해 시장을 놀라게 하는 걸 고려하도록 이끌 것 같다"라고 적었습니다. '불안한 인플레이션 보고서'란 예상을 넘은 5월 CPI, 미시간대 조사에 나타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3.3%까지 높아진 것을 말합니다. WSJ은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들어오는 데이터와 진화하는 전망에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라고도 밝혔다"라고 전했습니다. 만약 Fed가 75bp를 인상한다면 1994년 이후 처음입니다. WSJ은 "Fed는 50bp 단위로 금리를 인상하는 현재 전략을 고수할 수 있고, 파월 의장과 동료들은 7월 말 FOMC에서 더 큰 폭 인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라면서도 "7월 회의에서 더 큰 인상에 나설 상당한 가능성을 예상한다면, 그들은 이번 주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기로 결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스닥은 오후 3시 52분 거의 5%까지 떨어졌습니다. 막판 하락 폭을 줄여 결국 다우는 2.79%, S&P500 지수는 3.88%, 나스닥은 4.6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이제 지난 1월 3일 고점에서 22% 떨어져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에 진입했습니다. 2020년 3월 23일부터 이어져 온 강세장은 651일 지속한 뒤 지난 1월 3일 끝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날 매도세는 무차별적이었습니다. 모든 섹터, 모든 주식이 내렸습니다. 오전 한때 S&P500 지수의 500개 전 종목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199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금리 폭등에 애플 주가는 3.8% 하락했고 아마존은 5.5%, 엔비디아 7.8%, 테슬라 7.1% 등 기술주 하락 폭이 컸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파괴 우려로 카니발 10.3%, 델타항공 8.3% 등 여행 주가 급락했고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에너지 업종도 5.1%나 떨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모든 주식을 유동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골드만삭스 3M 등 수많은 우량주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도 비명이 컸습니다. 금리는 아침부터 급등했고, 역시 오후 3시 이후 이단 상승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께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34.8bp 오른 3.417%에 거래됐습니다. 또 10년물은 26.1bp 치솟은 3.424%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2011년 이후 최고치이고, 2년물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입니다. 오전 한때 10년물이 3.25% 저항선에 막혀있을 때 2년물이 추월해 잠시 수익률 곡선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침체 징후로 해석되는 신호입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시장 심리가 너무 나쁘다 보니 채권을 사겠다는 곳이 없다. 매도와 매수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져 가격이 폭락했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다들 일본 투자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일본은 엔화 문제로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회사채 금리도 급등했습니다. 투자등급 채권 금리는 4.6%, 하이일드 채권은 7.8%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이일드와 국채 금리 사이의 스프레드는 452bp까지 벌어졌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채권 펀드에서 환매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수급적 요인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뿐이 아닙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일본은행이 상한으로 제시한 0.25% 선을 한때 돌파해 0.255%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이 약간 흔들린 것입니다. 일부 딜러들이 일본은행에 도전한 것이죠. 급해진 일본은행은 13일 5000억 엔 규모의 국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엔화는 달러당 135엔, 24개월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유럽의 금리도 폭등했습니다. 특히 '약한 고리'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었습니다.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230bp 이상 벌어졌습니다.
비트코인도 2만3000 달러 수준까지 폭락했고, 안전자산 달러(ICE 달러 인덱스 기준)는 0.6% 올라서 104.7을 기록했습니다. 장중 105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이날 금융시장의 모습은 '항복'(capitulation) 수준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자산이 무차별적으로 내렸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흔들리면 Fed 풋(시장 지원 조치) 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 상황이죠. Fed가 얼마나 더 강하게 긴축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G스퀘어드프라이빗웰스의 빅토리아 그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ed의 풋옵션은 현시점에서 발생 확률이 없다"라며 투자자들은 더 큰 고통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CPI 발표 직후 75bp 인상 예상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틀(거래일) 만에 75bp 인상이 공식화됐습니다. WSJ 보도 직후 JP모건은 WSJ 보도가 나온 뒤 "WSJ 보도를 인용해 Fed가 75bp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6월과 7월 각각 75bp 인상한 뒤 9월에 50bp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75bp 인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이 50bp를 올린다면 지금처럼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100bp 인상 주장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75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 JP모건은 "100bp 인상도 사소하지 않은 위험(a non-trivial risk)"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븐 잉글랜더 글로벌 외환리서치 헤드는 "Fed는 자신들이 곡선 뒤에 있다는 인식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50bp 인상은 6개월 전만 해도 중성자 폭탄급이었지만, 지금 Fed는 '우리가 (물가를 잡겠다는) 약속을 보여주고 싶다면 그냥 100bp 올려보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장에서는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종금리란 Fed가 인상 사이클을 시작했을 때 마지막에 도달하는 가장 높은 금리를 말합니다. 이게 높을수록 경기 침체 확률은 커지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최종금리가 내년 6월에 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주 3.5% 수준으로 예상하던 것보다 급격히 높아진 것입니다. 월가 금융사 중 가장 먼저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던 도이치뱅크는 오늘 아침 "최종금리가 내년 중반에 4.125%에 달할 수 있다"라고 높여 제시했습니다.
Fed가 이렇게 강하게 긴축한다면 물가는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무너지고, 경제도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는 "경기 침체 확률을 30%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마도 50% 이상일 것이다. 조금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가장 우울한 예상은 시장이 무너지고 경제가 침체에 들어갔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치솟아 Fed가 계속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계속되는 전쟁으로 유가 상승과 함께 식량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그런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보고서에서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여전히 기업 이익, EPS가 작년보다 증가하면서 올해 말 S&P500지수가 4300포인트로 지난 10일 종가에 비해 10% 이상 상승하리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5월 물가와 같은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은 증시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밸류에이션이 올해 초 투자자들의 관심을 지배했지만, 최근 고객들과의 대화의 초점은 EPS 추정에 대한 위험으로 옮겨갔다"라며 "최근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EPS 전망치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 높아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과 에너지 업종을 제외한 S&P500 기업의 2023년 마진이 12.6%로 2021년 12.7%에서 감소하리라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자신의 2023년 EPS 추정치가 월가 컨센서스(251달러)보다 5% 낮은 주당 239달러인데, 만약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고 침체 때의 역사적 중앙값인 13%만큼 감소하면 2023년 EPS는 200달러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또 경기 침체는 피하지만 대부분 업종에서 마진과 매출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대략 21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월가 EPS 추정치가 자신의 추정과의 차이의 절반만큼 낮아질 경우를 가정했는데요. EPS가 245달러로 내려오고 밸류에이션 17배가 유지된다면 S&P500은 4150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또 EPS가 225달러까지 내려오고 밸류에이션이 14배까지 떨어질 때 S&P500 지수는 3150이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3150은 1927년 이래 미국 증시에서 역사적으로 고점에서 20% 떨어지는 약세장, 베어마켓이 발생했을 경우 평균 하락률인 34.63%(3179)와 거의 일치합니다. 베어마켓의 평균 1.5년간 지속하였으며, 이전 14번 가운데 중 단 세 번만 4개월 이내에 종료되었습니다.
RBC도 오늘 아침 보고서에서 S&P500 지수가 3850 이하로 떨어진다면 잠재적으로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는 올해 1월 최고점으로부터 32% 하락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TIG의 조나선 크린스키 전략가도 3400~3500선을 다음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는 "폭락한 고평가 기술주들마저 아무런 지지선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6월 탈진 상태 같은 것이고 3400까지 내려갈 위험이 꽤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록은 이날 "우리는 왜 지금 주식을 저가 매수하지 않는가"(Why we’re not buying the dip in stock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은 1960년대 이후로 가장 큰 연간 손실을 보았고, '저점 매수'에 불을 붙일 수 있지만, "지금은 패스(pass)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6~12개월 동안 주식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습니다.
첫째, 기업들의 영업 마진이 20년 동안 상승했는데, 이제 하락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블랙록은 "에너지 위기가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더 높은 인건비가 이익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비자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봅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S&P500 기업의 올해 이익이 10.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랙록은 "이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마진 압력이 증가하면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우리가 보기에 주식이 그렇게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낮은 이익 전망과 더 빠른 금리 인상 속도를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은 실제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블랙록은 "더 높은 금리 전망은 예상 할인율을 높이고 있다. 높은 할인율은 미래 현금 흐름을 덜 매력적으로 만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 "Fed가 너무 많은 긴축을 하거나 시장이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블랙록은 "5월 CPI와 같은 지속적 인플레이션 징후는 후자의 위험을 부채질할 수 있다"라며 "Fed가 금리를 너무 높게 올리면 성장과 고용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걸 명시적으로 인정할 때까지는 지속적 랠리를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항복 징후가 나타났지만, 당분간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금부터 오는 30일 발표되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까지 별다른 물가 발표가 없다"라며 "그때까지 현재의 불안과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깝지 않다는 두려움을 낮춰줄 일정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5월 생산자물가(PPI)가 발표되지만, Fed가 중요시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이날 변동성 지수(VIX)는 34까지 급등했습니다. 에버코어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VIX가 40을 기록하지 않으면 주가가 반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도 VIX가 2 표준편차 이상인 36~40으로 올라가야 반등을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이날 "금리로 인한 시장의 재조정이 너무 지나쳤고 Fed는 현재 곡선에 가격이 책정된 것에 비해 비둘기파적으로 놀라움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피크를 친 줄 알았던 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게 확인됐고, 묶여있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도 상승(미시간대 조사 5월 3.0%→6월 3.3%)하자 Fed의 긴축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훨씬 더 강해진 탓입니다. 더 높은 물가, 더 강한 긴축, 더 커진 침체 우려에 맞춰 시장 가격이 급하게 재조정되고 있는 것이죠.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가장 큰 문제는 금요일 인플레이션 수치였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공급망이 개선되고 Fed의 긴축 기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느낌이었다. 중국도 완전히 경제 재개의 길로 들어서는 듯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가정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의문시되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시장은 CPI가 9.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8월 이전엔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은 Fed가 9월까지 기준금리를 175bp 올리는 데 베팅하고 있습니다. 6, 7, 9월 중 한 번은 75bp를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금요일 바클레이즈, 제프리스에 이어 이날 오후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6월 75bp 인상 예상에 동참했습니다. 덩달아 시장의 올해 말 기준금리에 대한 예상도 3.4%까지 높아졌습니다. 지난 5월 말 예상치 2.6%보다 급등한 것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날 아침 1~2%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오전 11시 11분께 S&P500 지수는 3.8%, 나스닥은 4.5%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소폭 반등하는 등 약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넘어 또 한 번의 급락세가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Fed가 이번 주 회의에서 75bp 인상을 고려할 것 같다"(Fed Likely to Consider 0.75-Percentage-Point Rate Rise This Week)라는 기사를 내보낸 직후입니다. 'Fed의 인사이더'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쓴 이 기사는 "최근 연이은 불안한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Fed 위원들이 이번 주 예상보다 더 큰 75bp 인상을 통해 시장을 놀라게 하는 걸 고려하도록 이끌 것 같다"라고 적었습니다. '불안한 인플레이션 보고서'란 예상을 넘은 5월 CPI, 미시간대 조사에 나타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3.3%까지 높아진 것을 말합니다. WSJ은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들어오는 데이터와 진화하는 전망에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라고도 밝혔다"라고 전했습니다. 만약 Fed가 75bp를 인상한다면 1994년 이후 처음입니다. WSJ은 "Fed는 50bp 단위로 금리를 인상하는 현재 전략을 고수할 수 있고, 파월 의장과 동료들은 7월 말 FOMC에서 더 큰 폭 인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라면서도 "7월 회의에서 더 큰 인상에 나설 상당한 가능성을 예상한다면, 그들은 이번 주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기로 결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스닥은 오후 3시 52분 거의 5%까지 떨어졌습니다. 막판 하락 폭을 줄여 결국 다우는 2.79%, S&P500 지수는 3.88%, 나스닥은 4.6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이제 지난 1월 3일 고점에서 22% 떨어져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에 진입했습니다. 2020년 3월 23일부터 이어져 온 강세장은 651일 지속한 뒤 지난 1월 3일 끝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날 매도세는 무차별적이었습니다. 모든 섹터, 모든 주식이 내렸습니다. 오전 한때 S&P500 지수의 500개 전 종목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199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금리 폭등에 애플 주가는 3.8% 하락했고 아마존은 5.5%, 엔비디아 7.8%, 테슬라 7.1% 등 기술주 하락 폭이 컸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파괴 우려로 카니발 10.3%, 델타항공 8.3% 등 여행 주가 급락했고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에너지 업종도 5.1%나 떨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모든 주식을 유동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골드만삭스 3M 등 수많은 우량주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도 비명이 컸습니다. 금리는 아침부터 급등했고, 역시 오후 3시 이후 이단 상승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께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34.8bp 오른 3.417%에 거래됐습니다. 또 10년물은 26.1bp 치솟은 3.424%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2011년 이후 최고치이고, 2년물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입니다. 오전 한때 10년물이 3.25% 저항선에 막혀있을 때 2년물이 추월해 잠시 수익률 곡선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침체 징후로 해석되는 신호입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시장 심리가 너무 나쁘다 보니 채권을 사겠다는 곳이 없다. 매도와 매수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져 가격이 폭락했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다들 일본 투자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일본은 엔화 문제로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회사채 금리도 급등했습니다. 투자등급 채권 금리는 4.6%, 하이일드 채권은 7.8%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이일드와 국채 금리 사이의 스프레드는 452bp까지 벌어졌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채권 펀드에서 환매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수급적 요인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뿐이 아닙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일본은행이 상한으로 제시한 0.25% 선을 한때 돌파해 0.255%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이 약간 흔들린 것입니다. 일부 딜러들이 일본은행에 도전한 것이죠. 급해진 일본은행은 13일 5000억 엔 규모의 국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엔화는 달러당 135엔, 24개월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유럽의 금리도 폭등했습니다. 특히 '약한 고리'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었습니다.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230bp 이상 벌어졌습니다.
비트코인도 2만3000 달러 수준까지 폭락했고, 안전자산 달러(ICE 달러 인덱스 기준)는 0.6% 올라서 104.7을 기록했습니다. 장중 105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이날 금융시장의 모습은 '항복'(capitulation) 수준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자산이 무차별적으로 내렸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흔들리면 Fed 풋(시장 지원 조치) 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 상황이죠. Fed가 얼마나 더 강하게 긴축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G스퀘어드프라이빗웰스의 빅토리아 그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ed의 풋옵션은 현시점에서 발생 확률이 없다"라며 투자자들은 더 큰 고통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CPI 발표 직후 75bp 인상 예상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틀(거래일) 만에 75bp 인상이 공식화됐습니다. WSJ 보도 직후 JP모건은 WSJ 보도가 나온 뒤 "WSJ 보도를 인용해 Fed가 75bp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6월과 7월 각각 75bp 인상한 뒤 9월에 50bp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75bp 인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이 50bp를 올린다면 지금처럼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100bp 인상 주장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75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 JP모건은 "100bp 인상도 사소하지 않은 위험(a non-trivial risk)"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븐 잉글랜더 글로벌 외환리서치 헤드는 "Fed는 자신들이 곡선 뒤에 있다는 인식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50bp 인상은 6개월 전만 해도 중성자 폭탄급이었지만, 지금 Fed는 '우리가 (물가를 잡겠다는) 약속을 보여주고 싶다면 그냥 100bp 올려보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장에서는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종금리란 Fed가 인상 사이클을 시작했을 때 마지막에 도달하는 가장 높은 금리를 말합니다. 이게 높을수록 경기 침체 확률은 커지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최종금리가 내년 6월에 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주 3.5% 수준으로 예상하던 것보다 급격히 높아진 것입니다. 월가 금융사 중 가장 먼저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던 도이치뱅크는 오늘 아침 "최종금리가 내년 중반에 4.125%에 달할 수 있다"라고 높여 제시했습니다.
Fed가 이렇게 강하게 긴축한다면 물가는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무너지고, 경제도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는 "경기 침체 확률을 30%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마도 50% 이상일 것이다. 조금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가장 우울한 예상은 시장이 무너지고 경제가 침체에 들어갔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치솟아 Fed가 계속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계속되는 전쟁으로 유가 상승과 함께 식량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그런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보고서에서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여전히 기업 이익, EPS가 작년보다 증가하면서 올해 말 S&P500지수가 4300포인트로 지난 10일 종가에 비해 10% 이상 상승하리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5월 물가와 같은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은 증시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밸류에이션이 올해 초 투자자들의 관심을 지배했지만, 최근 고객들과의 대화의 초점은 EPS 추정에 대한 위험으로 옮겨갔다"라며 "최근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EPS 전망치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 높아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과 에너지 업종을 제외한 S&P500 기업의 2023년 마진이 12.6%로 2021년 12.7%에서 감소하리라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자신의 2023년 EPS 추정치가 월가 컨센서스(251달러)보다 5% 낮은 주당 239달러인데, 만약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고 침체 때의 역사적 중앙값인 13%만큼 감소하면 2023년 EPS는 200달러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또 경기 침체는 피하지만 대부분 업종에서 마진과 매출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대략 21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월가 EPS 추정치가 자신의 추정과의 차이의 절반만큼 낮아질 경우를 가정했는데요. EPS가 245달러로 내려오고 밸류에이션 17배가 유지된다면 S&P500은 4150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또 EPS가 225달러까지 내려오고 밸류에이션이 14배까지 떨어질 때 S&P500 지수는 3150이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3150은 1927년 이래 미국 증시에서 역사적으로 고점에서 20% 떨어지는 약세장, 베어마켓이 발생했을 경우 평균 하락률인 34.63%(3179)와 거의 일치합니다. 베어마켓의 평균 1.5년간 지속하였으며, 이전 14번 가운데 중 단 세 번만 4개월 이내에 종료되었습니다.
RBC도 오늘 아침 보고서에서 S&P500 지수가 3850 이하로 떨어진다면 잠재적으로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는 올해 1월 최고점으로부터 32% 하락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TIG의 조나선 크린스키 전략가도 3400~3500선을 다음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는 "폭락한 고평가 기술주들마저 아무런 지지선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6월 탈진 상태 같은 것이고 3400까지 내려갈 위험이 꽤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록은 이날 "우리는 왜 지금 주식을 저가 매수하지 않는가"(Why we’re not buying the dip in stock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은 1960년대 이후로 가장 큰 연간 손실을 보았고, '저점 매수'에 불을 붙일 수 있지만, "지금은 패스(pass)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6~12개월 동안 주식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습니다.
첫째, 기업들의 영업 마진이 20년 동안 상승했는데, 이제 하락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블랙록은 "에너지 위기가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더 높은 인건비가 이익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비자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봅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S&P500 기업의 올해 이익이 10.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랙록은 "이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마진 압력이 증가하면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우리가 보기에 주식이 그렇게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낮은 이익 전망과 더 빠른 금리 인상 속도를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은 실제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블랙록은 "더 높은 금리 전망은 예상 할인율을 높이고 있다. 높은 할인율은 미래 현금 흐름을 덜 매력적으로 만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 "Fed가 너무 많은 긴축을 하거나 시장이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블랙록은 "5월 CPI와 같은 지속적 인플레이션 징후는 후자의 위험을 부채질할 수 있다"라며 "Fed가 금리를 너무 높게 올리면 성장과 고용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걸 명시적으로 인정할 때까지는 지속적 랠리를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항복 징후가 나타났지만, 당분간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금부터 오는 30일 발표되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까지 별다른 물가 발표가 없다"라며 "그때까지 현재의 불안과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깝지 않다는 두려움을 낮춰줄 일정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5월 생산자물가(PPI)가 발표되지만, Fed가 중요시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이날 변동성 지수(VIX)는 34까지 급등했습니다. 에버코어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VIX가 40을 기록하지 않으면 주가가 반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도 VIX가 2 표준편차 이상인 36~40으로 올라가야 반등을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이날 "금리로 인한 시장의 재조정이 너무 지나쳤고 Fed는 현재 곡선에 가격이 책정된 것에 비해 비둘기파적으로 놀라움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