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지노믹스가 220억원을 조달한다고 14일 밝혔다. 제3자 배정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유상증자를 통해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보통주의 가중산술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할인 없이(0%) 총 438만2470주를 발행한다. 발행가액은 5020원이다. 배정 대상은 현대투자파트너스 에스앤에이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회사 측은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유상증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현대투자파트너스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미래 가치를 보고 유증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환전환우선주 존속 기간은 5년으로, 2024년 6월부터 2027년 6월까지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25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기타 유동금융자산 333억원을 포함하면 583억원 가량의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있다.

적지 않은 돈이 있음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 것은 신약개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기존 보유 자금에 이번 조달 자금을 더해 아이발티노스타트 및 캄렐리주맙의 임상개발을 확장할 계획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캄렐리주맙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다. 작년 중국에서 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PD-1' 저해 면역항암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허가목적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항서제약이 진행하는 임상 3상과의 가교 시험이다. 이달 임상 신청이 목표다. 캄렐리주맙과 화학요법(pemetrexed+carboplatin)을 병용하는 임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소세포폐암 임상에 환자당 15만달러(약 2억원) 가량이 소요된다"며 "최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이 경우 1500만달러(약 200억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한 아이발티노스타트에 대해서는 췌장암과 간암을 대상으로 미국 임상을 할 예정이다.

췌장암은 임상수탁기관(CRO)으로부터 임상 2상 비용을 산출받은 결과 환자당 30만달러, 총 70명 대상으로 2100만달러 가량이 소요된다고 통지를 받았다. 기존 치료제인 카페시타빈과 병용하는 임상이다.

간암은 비용 산출 전이지만,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임상을 고려하고 있어 임상 비용이 췌장암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 중이다. 연말까지 CRO를 선정할 계획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현재 예정된 임상의 비용은 확보됐지만, 추후 임상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두기 위한 차원의 유상증자"라고 설명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