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릴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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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원형탈모 치료제가 등장했다. 일라이릴리는 14일(현지시간) ‘JAK’ 억제제 ‘올루미언트’가 원형탈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원형탈모 치료제로 FDA에서 승인받은 최초의 사례다.

원형탈모는 체내 면역세포가 모낭세포를 공격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올루미언트는 염증과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의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JAK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JAK를 억제하면 자가면역 과정을 차단할 수 있어,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아토피피부염 등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릴리는 지난 3월 두피의 절반 이상 모발이 탈락한 중증 원형 탈모증 환자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36주간 올루미언트를 복용한 결과 전체 두피의 80% 이상에서 모발이 난 환자의 비율이 최대 35.2%(고용량, 4mg 복용군)였다.

안전성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경증 및 중등증 부작용을 보인 환자가 2.6% 이하였다.

최근 JAK 억제제인 화이자의 ‘토파시티닙’(상품명 젤잔스)를 복용한 류머티즘 환자들에게서 중대한 심혈관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JAK 억제제 전반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FDA는 JAK 억제제를 판매 중인 화이자 릴리 애브비에게 중증 부작용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다.

릴리는 최대 9.3년간 올루미언트를 복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미국류머티즘학회(ACR·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에서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루미언트 처방 환자 3770명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주요 심혈관계 사건은 100명당 0.5건, 비흑색종 피부암을 제외한 악성 종양 발병률은 1.07건 등이었다.

업계에서는 올루미언트가 탈모증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FDA가 승인한 원형탈모 치료제가 전무해, 스테로이드 주사가 주로 처방돼 왔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으로 인해 장기간 투약이 불가능하다.

올루미언트는 먹는 약(경구제)이기 때문에 환자의 복약 순응도나 삶의 질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JAK 억제제의 매출이 크게 달라지고 있지는 않다”며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원형탈모처럼 시장이 비어있는 질환의 경우 큰 매출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릴리는 세계적으로 약 1억4700만명이 탈모증을 앓고 있으며, 70만~90만명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올루미언트는 유럽의약품청(EMA)과 일본에도 중증 원형 탈모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대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달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승인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릴리는 유럽의 경우 빠르면 이달, 일본은 연내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